환자에 폰 번호 찍어준다…밤 9시 응급수술하는 ‘망막 명의’

  • 카드 발행 일시2023.07.05

뇌졸중·심장마비·중증외상 같은 급성 질환은 분초를 다퉈 수술해야 생명을 살린다. 그런데 눈 질환을 응급수술하며 실명과 싸우는 의사가 있다. 순천향대학 서울병원 안과 이성진(56) 교수다. 망막박리 환자가 대상이다. 눈 속의 망막이 찢어지면서 시력을 잃는 병이 망막박리다. 눈앞에 까만 커튼이 쳐지는 듯한 느낌이 들다가 시력이 소실된다. 이 교수는 낮에 외래진료를 하고 밤 9시 넘어 응급수술을 한다. 주말에도 한다. 그는 “시야가 검게 변하면 환자는 공포를 느낀다. 의학적으로 2주 내에 수술하면 된다지만 환자 입장에선 가능하면 빨리 해결돼야 한다. 그들에게 기댈 언덕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응급수술을 하는 의사, 휴대폰 번호를 환자에게 알려주는 의사, 인터넷 카페에서 환자 질문에 댓글 다는 의사로 통한다. 환자를 위해서는 뭐든지 한다는 이 교수. 그는 “나를 찾은 환자에게 가장 좋은 의사가 되고 싶다. 세상에서”라고 말한다. 언제 응급수술을 할지 몰라 저녁 자리에서 술을 먹지 않는다. 병원에서 20~30분 넘는 데 산 적이 없다. 지방에 학회 참석 중 응급 콜을 받으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병원으로 상경해 수술하고 다시 지방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