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정말 나쁜 인간이었다”…살고 싶었던 ‘노모의 세 시간’

  • 카드 발행 일시2023.05.23

이제 이런 뉴스는 너무 흔해졌다. 폭력을 일삼는 배우자, 지독한 폭력에 시달리다 마침내 살인에 이르는 사건까지 끔찍한 뉴스들은 잊을 만하면 포털 사이트에 뜬다. 해가 거듭 지나도 ‘인간은 참 변하지 않는구나’하는 것을 무참하게, 아니 어쩌면 무심하게 느끼게 된다.

내가 2018년에 다녀왔던 현장도 그런 비슷한 사건이었다.

피해자는 아버지였고, 피의자는 어머니였다. 부(父)는 죽었고, 모(母)는 재판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 부모의 아들을 현장에서 마주쳤다. 그는 슬픔이 가득한 얼굴로 인사하며, 참혹한 현장의 문을 열어주었다. 간단한 인사가 끝일 줄 알았는데 아들의 말은 이어졌다.

살인사건 피의자가 된 어머니는 수십 년간 아버지의 폭력 속에서 살아왔다고 했다. 아들 자신도 가정폭력 피해자였단다. 당시 이 사건은 뉴스에서도 다뤄졌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기사 내용보다 더 오랜 시간에 걸친 학대였다. 아버지는 하루도 빠짐없이 폭력을 행사했고 딱 죽지 않을 만큼에 기가 막히게도 멈췄다고 했다. 어머니도, 자식들도 몸 어디 한 군데 성할 날이 없었다.

그러다 10년 전쯤 아버지가 뇌병변으로 쓰러져 거동이 불편해졌다고 한다. 이미 아버지는 80대, 어머니는 70대였다. 하지만 그 나이가 되고 그런 몸이 돼서도 아버지의 폭력은 멈추지 않았다. 어머니는 얻어맞는 데에 더해 간병까지 해야 했다고 한다.

아들은 울먹였다. 자신은 그런 어머니를 끝내 돕지 않았다고. 어머니를 버려두고 도망갔다고. 지옥 속에 어머니를 홀로 가두고, 자기 혼자 도망쳤다고. 아버지의 폭력이 계속되는 것을 알았지만, 다시 그 지옥에 발을 들일 용기가 없었단다. 부딪혀 싸워서 어머니를 구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단다. 아버지가 여전히 너무 공포스러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