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순간 무너져버린 변양호 “날 위로한 검사, 尹이었다” ⑤

  • 카드 발행 일시2023.05.23

한낮의 열기가 가시고 사위가 어둑해지면서 초조감의 강도는 한층 강해졌다. 현대차 계열사 채무탕감 청탁과 함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체포된 변양호(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는 대검 중수부 사무실 한쪽에서 몇 시간 전 받았던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고함과 억울함을 항변하다가 저도 모르게 터져 나온 오열의 기억은 잊힌 지 오래. 일필휘지로 붓을 놀려 타인의 운명을 결정하는 ‘절대자’의 처분 결과에만 신경을 곤두세울 뿐이었다.

그날, 2006년 6월 14일 밤 10시가 지나갈 무렵 검사 한 명이 찾아왔다. 승전보를 가져온 전령은 아니었다. 그가 전해준 영장 발부 사실은 믿기지 않는 현실이었다. 무너져 내리던 변양호의 귀에 그 검사의 말이 흘러들었다.

동일한 사건으로 산업은행 전 부총재와 전 이사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이미 발부됐기 때문에 법원 입장에서는 (영장 발부가) 불가피했을 겁니다. 앞으로 호흡을 길게 하시고 주변에 있는 훌륭한 변호사들과 어려움을 헤쳐 가면 문제가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