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딱 보니 되는 사건이야” 33세 검사 한동훈과 론스타 ①

  • 카드 발행 일시2023.04.25

멕시코 국경이 지척인 미국 남부 텍사스주의 샌안토니오. 인구 100만 명이 넘는 이 대도시의 중심에 빛바래고 나지막한 건물 하나가 주변 빌딩들의 호위를 받으며 당당히 자리하고 있다. 미국, 특히 텍사스인들이 성지로 떠받들고 있는 알라모 선교원이다.

1836년 텍사스 독립전쟁 와중에 200명 남짓한 민병대가 철군을 거부한 채 배수진을 치고 7000여 명의 멕시코 정규군과 맞서 싸우다 산화한 곳. 알라모의 핏물을 자양분 삼아 텍사스인들은 결국 멕시코에 승리했고, 독립국인 텍사스공화국을 세울 수 있었다. 그리고 지원병도 없이 외로이 싸우다 죽어간 알라모의 그들을 기리며 외로운 별 하나를 국가의 상징으로 삼았다. 1845년 미합중국의 28번째 주가 된 이후에도 주의 깃발에는 여전히 한 개의 별이 자리했고, 텍사스는 ‘외로운 별(Lone Star)’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이후 영화 ‘자이언트’(1957)에서 목도한 대로 ‘검은 금덩이’를 품은 광활하고 비옥한 대지 덕택에 텍사스의 부는 늘어만 갔고, 축산업과 석유산업의 바통을 이어받은 첨단 IT산업과 항공·우주산업이 곳간을 더욱 불렸다. 금융이 돈 냄새를 외면할 리 없다. ‘외로운 별’에서 이름을 딴 글로벌 사모펀드 론스타가 이곳에서 태어난 배경이다.

론스타는 지난 세기말 동아시아에 진출해 외환위기로 빈사 상태에 놓인 한국인의 선혈을 게걸스레 빨아들였다. 사방에 널려 있던 부실 채권과 알짜 부동산 및 기업들을 헐값에 사들인 뒤 비싸게 되팔아 쏠쏠한 차익을 챙겼다. 그러고는 놀랍게도 사모펀드와 어울리지 않는 공공재의 상징인 은행을 겨냥했고, 또 한 번 놀랍게도 그걸 손쉽게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