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걸(도전정신·리더십이 탁월한 강한 여성)’이란 단어가 등장해 우리 사회 대세가 된 지 벌써 20년 가까이 됐다. 그간 학교 성적, 고등교육 이수율 등 다방면에서 여성이 남성을 훌쩍 뛰어넘었다는 통계가 쏟아졌다.
그런데 여전히 여성이 남성을 따라잡지 못하는 게 있다. 직장 소득이다. 동일 직종, 동일 가치 노동을 한다는 전제 하에 한국 남성이 100만 원 벌 때 여성은 69만 원(2021년 소득 기준, 31.1% 격차)을 손에 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92년부터 지금까지 성별 임금 격차에서 한국은 부동의 1위다. OECD 회원국 평균은 11.9%, 미국은 16.9%다.
성별 소득 격차에 대해 일각에선 “남성의 근속 기간이 길고 주로 위험한 일을 맡다 보니 당연히 발생한 격차”라면서 “이를 젠더 이슈로 몰고가는 건 앞뒤 맥락을 자른 괜한 트집”이라 한다.
한국은 성별 임금 격차 1위 국가이자 합계출산율 꼴찌(2022년 기준 0.78명) 국가다. WP의 칼럼은 둘 사이에 상당한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정말 그렇다면, 성별 임금 격차 해소에 저출산 문제 해결의 열쇠가 숨어있는 건 아닐까.

지난해 6월 전국여성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열린 최저임금 인상 촉구 집회에서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남성 소득 대비 여성 소득, 20년만에 2센트 올랐다”
제니퍼 루빈은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의 조사를 인용해 “2000년대 들어 성별 임금 격차가 줄어드는 모멘텀이 둔화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982년엔 남성이 1달러 벌 때 여성의 수입은 65센트였다. 격차는 20년 만에 빠르게 줄어, 2002년 여성의 수입이 80센트까지 올랐다. 하지만 다시 20년이 흐른 뒤인 2022년엔 82센트에 머물렀다.
루빈은 2000년대 들어 임금 격차가 좁혀지지 않은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봤다. 첫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2017~2021 재임)과 같은 극우 세력이 전통적인 성역할 강화하려고 노력했고 그것이 먹혀들었다고 주장했다. 둘째, 임신·출산·육아에 대한 책임이 여성에게 더 많이 전가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란 분석이다.
결국 여성들은 직장과 가정 일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임금이 낮더라도 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는 부서나 새 직장으로 옮기고, 그 결과 남성과의 임금 격차가 벌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루빈은 입사 당시엔 거의 동일한 남녀의 임금이 임신·출산·육아 기간인 35~44세에 급격히 벌어지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어 성별 임금 격차의 근본적인 원인은 여성의 업무에 대한 고용주의 고정관념이라고도 지적했다. 고용주는 통상 여성의 업무가 남성의 일보다 생산성이 낮다고 폄훼하며, 많은 인력을 배치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