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전성기’가 불편한 그들…양자경 일침은 그래서 옳다

  • 카드 발행 일시2023.03.24

여성들이여, 누구든지 당신에게 전성기가 지났다고 말하게 두지 마세요(Ladies, don’t let anybody tell you’re ever past your prime).

지난 12일(현지시간)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쥔 배우 양쯔충(楊紫瓊·양자경, 영어명 미셸 여)의 일침이다. 1980~90년대 홍콩 액션영화로 스타덤에 올랐던 그는 영화계 데뷔 40년 차인 올해 아시아 첫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의 주인공이 됐다. 올해 예순 살 여배우는 “나 아직 전성기야!”라고 외치는 듯했다.

그러나 이로부터 불과 몇달 전, 캐나다에선 CTV 내셔널 뉴스의 여성앵커 리사 라플람메(58)가 “코로나19 기간에 머리 염색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35년간 CTV에서 활약한 라플람메는 백발로 뉴스를 진행하다가 기습적으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회사 측은 ‘백발 해고’ 의혹을 부인했지만, “CTV의 임원이 그의 흰 머리를 지적했다”는 폭로 보도가 나왔다.

나이 든 여성은 전성기가 지난 것일까. 일하는 여성들이 대폭 늘어나고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고령 여성 노동인구의 비중이 커지는데도 종종 이들은 ‘퇴물’로 취급받기 일쑤다. 심지어 미국 대선판에도 ‘여성 나이와 전성기’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다. 이와 관련, 영국 일간 가디언의 칼럼니스트인 조이 윌리엄스는 지난 13일 “미셸 여가 옳다. 전성기를 지나는 여자는 없다”는 제목의 칼럼으로 이 같은 사회 인식을 꼬집었다. 과연 우리 사회는 이 같은 ‘일침’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을까.

캐나다 CTV의 간판 앵커로 활약해온 리사 라플람메(58). 코로나19 기간인 2020년부터 머리 염색을 하지 않고 백발로 방송하다가 지난해 돌연 해고됐다. CTV 홈페이지.

캐나다 CTV의 간판 앵커로 활약해온 리사 라플람메(58). 코로나19 기간인 2020년부터 머리 염색을 하지 않고 백발로 방송하다가 지난해 돌연 해고됐다. CTV 홈페이지.

“생식 능력 암시 전성기 언급, 그 뒤엔 女 평가한다는 오만”

영국 일간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영국 일간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윌리엄스는 “미셸 여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은 95년 만의 아시아계 여성의 수상 등 여러 방면에서 승리의 역사를 만들었다”면서도 “동시에 그가 ‘여성의 전성기’를 언급한 부분은 보다 확장된 비판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 CNN방송의 진행자 돈 레몬이 니키 헤일리 공화당 대선후보를 향해 “여자로서 전성기가 지났다”고 언급했던 일화를 꺼내면서다.

윌리엄스는 “여자의 전성기가 무엇인지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보통 여성의 생식 능력과 미모, 엉덩이·허리 비율과 같은 류의 마초적인 온라인 논리(manosphere)와 결부된 개념이란 건 널리 알려져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일부 남성들은 ‘여성의 경쟁력과 자기 확신에 관해 설명하려던 것’이라고 포장하지만, 이마저도 결국엔 ‘나는 여성을 평가할 수 있다’는 시각에 근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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