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살기죽기 아닌 죽기살기”…이어령과 딸, 죽음은 닮았다

  • 카드 발행 일시2023.03.03

죽음의 고통에 대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하 존칭 생략)과의 대화는 사실 그가 암 투병을 하기 훨씬 전인 2011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시청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호텔 일식당에 앉아 둘이 나란히 저녁식사로 냄비우동을 주문했다. 넓은 창문을 통해 서쪽 노을빛이 인왕산 바위에 주황색을 입히는 순간이 시야에 들어왔다.

아, 저 큰 바위가 다른 모습으로 보이네.

그가 감탄했다. 하지만 감탄의 순간은 잠시였다. 그가 이내 슬픈 이야기를 꺼냈다.

1981년 이화여대 졸업식에서 함께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과 큰딸 이민아 목사. 이 목사는 남미 등에서 청소년 구제활동에 헌신하다 2012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사진 열림원

1981년 이화여대 졸업식에서 함께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과 큰딸 이민아 목사. 이 목사는 남미 등에서 청소년 구제활동에 헌신하다 2012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사진 열림원

미국에 거주하던 당시 52세 딸 이민아 목사가 얼마 전 한국에 와 진찰을 받았는데 난소암 4기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그렇게 잘 먹고 이상 없이 일상생활하던 딸이 그 모양이라니?”라며 한숨을 쉬었다. 딸의 예상 생존 기간은 매우 짧았다. 항암제 치료를 받으면 몇 개월 더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병원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가 가슴 아파한 건 병 자체보다 딸의 반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