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세를 타면 서울 강남 아파트 못지않게 급등하는 투자상품이 있습니다. 원유·곡물·커피처럼 원자재 상품으로 거래되는 탄소배출권입니다. 2021년에는 수익률만 145%에 달했죠.
올해 들어 탄소배출권 가격이 무섭게 오르고 있습니다. KB증권에 따르면 유럽 탄소배출권 현물 가격은 지난달 23일 기준 t당 94.26유로로 올해 저점(1월 6일) 이후 50여 일간 26.4% 상승했습니다. 지난달 21일에는 장 중 100유로를 돌파하기도 했죠.
탄소배출권 가격은 주가지수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다 보니, 주식시장이 힘을 못 쓸 때 분산투자 대상으로 추천하는 자산이기도 합니다. 주식시장에 다시금 긴축 공포가 찾아온 이때가 탄소배출권 투자를 공부해야 할 적기인 이유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탄소배출권이란
가정에서 쓰레기를 버리려면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사야 합니다. 이와 비슷하게 기업이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메탄 등 온실 효과를 유발하는 ‘기체 쓰레기’를 공기 중에 내다 버리려면 탄소배출권이 필요합니다.
정부는 개별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앞으로 감축해야 할 목표치를 참고해 탄소배출권을 공짜로 나눠주는(할당)데요. 온실가스를 열심히 줄여 탄소배출권이 남는 기업은 이를 배출권 거래소에 내다 팔 수 있습니다. 반대로 탄소배출권이 더 필요한 기업은 거래소에서 돈을 주고 사야 하지요.
온실가스를 줄이는 일이 소위 ‘돈이 되는 일’이고, 온실가스를 내뿜는 건 ‘돈이 안 되는 일’로 만든 겁니다. 이윤 추구가 지상 과제인 기업의 본성을 자극해 기후변화를 막아보자는 취지죠.
특히 철강·석유화학·발전소 등 화석연료를 태우는 중공업 업종 기업의 경우 탄소배출권이 없으면 기업 운영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국제협약인 교토의정서(제17조)는 물론, 각국도 법률로 이를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죠.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을 2012년 5월 제정하고 2015년부터 시행 중입니다.

인천시 서구 경인아라뱃길에서 바라본 서구 지역 발전소 모습. 발전업계는 대표적인 탄소 배출 과다 업종으로 꼽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