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손등에 할퀸 자국, 그건 상처가 아닌 위로였다

  • 카드 발행 일시2023.01.06

아들아! 춥지~. 

40대 초반의 여성이 유모차를 끌고 내 앞을 지나며 정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눈 내리는 날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잠시 허리를 구부리고 유모차 안을 들여다보는가 하면 머플러를 챙겨주기도 했다. 그런데 유모차에서 멍멍 짖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가볍게 탄식했다. 유모차에는 사람의 아이가 타고 있지 않았다. 대신 하얀 복슬복슬한 털이 나불거리는 기다란 귀를 가진 개가 타고 있었다. 아들? 어린 수캐를 “아들아!” 하고 부르는 시대 감각이 낯설었다. 어쩌면 수캐가 아닌 암캐를 그렇게 부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들’과 함께 산책하는 엄마의 발걸음이 너무 경쾌한 탓인지 그가 내 시야에서 사라진 시간도 순간처럼 느껴졌다.

내가 사는 경기도 용인시 주요 산책로에서 강아지나 노령 견을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하는 젊은 여성을 자주 목격한다. 주말에는 더 많은 반려견의 호사스러운 나들이가 시선을 붙잡는다. 강아지를 꽃단장한 여러 가지 소품이 유모차 안에서 덜렁거리는 소리를 낸다. 제 몸집만 한 휠체어를 끌고 가는 늙은 개가 나타나면 지나가는 사람들도 발걸음을 멈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