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정은 KLPGA 투어 신인이던 2019년 오른 발목 인대가 찢어진 채로 한 시즌을 보냈다. 당시 열아홉 살 임희정은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국가대표 에이스였던 그의 성적이 저조하자 “아마추어에서는 잘했지만 프로에서는 안 통한다”는 ‘임희정 거품론’도 나왔다. 그래도 임희정은 부상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하반기 들어 몸이 좀 나은 후 3승을 했다.
임희정은 그해 시즌 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기 때는 집중해서인지 못 느꼈는데 경기가 끝나고 나면 지독하게 아팠다. 사실 수술해야 할 상황이었고, 병가를 내는 게 맞았다. 그러나 신인이 첫해부터 그러면 평생 핑계 대고 밀릴 것 같아 주위에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생겼다. 시즌 초 교통사고가 났는데 임희정이 별 얘기를 안 해 다들 단순한 접촉사고 정도로 알았다. 좀처럼 안 당하던 컷탈락을 하는 등 지지부진하던 임희정은 6월 한국여자오픈에서 최소타 기록으로 우승한 후 SNS에 자동차 사고 사진을 올렸다.

지난 4월 톨게이트를 들이받은 차량. 이로 인해 임희정이 목과 허리 등을 다쳤다. 사진 임희정
사진을 보고 다들 큰 사고인 걸 알게 됐다. 운전자의 졸음운전으로 차가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들이받았다. 임희정이 사진을 올린 건 ‘나 그동안 이렇게 아팠어’라고 하소연하려던 게 아니었다. 지난 27일 만난 임희정은 “자동차 후원사를 위해 큰 사고였음에도 내가 경기를 하고 우승할 수 있을 정도로 차가 안전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사진을 올렸다”고 했다.
차는 바로 폐차했다고 한다. 당시 조수석에서 누워 잠자고 있던 임희정은 유리창에 머리를 강하게 부딪쳤다. 임희정은 “이후 목과 어깨, 허리가 아팠다. 하반기 들어 더 안 좋아졌다. 목과 등이 뻣뻣해져 몸 체형도 변하고 척추측만도 생겼다. 목이 경직되니 스윙도 달라지더라”고 말했다. 골프선수로서는 매우 큰 부상이었다. 성적이 안 나 스트레스로 원형탈모증도 겪었다고 한다.

KLPGA 투어 KB금융스타 챔피언십에서 경기하는 임희정. 사진 KLP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