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만→1억6000만원…1년새 두배 올린 조합장 연봉 논란 [재건축·재개발 복마전 2-③]

중앙일보

입력

◇재건축‧재개발 복마전

〈글 싣는 순서〉
1. 갈 길 바쁜 재건축·재개발 사업, 비리가 발목 잡았다
2. 비리는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가-허위 사업비와 만능 키 OS
3. 반성 없는 사업, 조합원이 똑똑해야 부패가 사라진다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의 한 대규모 재건축 조합 총회를 앞두고 조합 측과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 갈등이 빚어졌다. 다음해 조합장의 연봉 책정 문제 때문이었다.

[뉴스 너머: beyond news]

예산안에 따르면 조합장 내년 월 급여는 당초 500만원에서 다음해부터는 두 배 오른 1000만원으로 책정됐다. 1년에 4번 지급하는 상여금도 함께 올랐다. 이에 따라 조합장의 총 연봉은 1년 새에 8000만원에서 1억6000만원으로 대폭 상승했다. 거기에 조합장 전용차량과 운전기사까지 별도로 제공하는 것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연간 2억원에 달하는 돈이 조합장에게 책정된 셈이다.

사업 초기 조합 임원이었던 A씨는 “각종 소송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고 결국 조합원들에게 그 부담이 돌아갈텐데 조합장이 챙겨가는 연봉이 너무 과도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했다”고 말했다. 일부 조합원이 반대하고 나섰지만 조합 이사회는 관련 예산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보통 조합장 월급은 평균 400만~500만원이 일반적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상여금은 물론 판공비를 별도로 책정한 조합도 많다. 일부 조합에서는 연간 수천만원의 조합장 판공비 때문에 소송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월급 외에 이런저런 명목으로 받는 돈과 지원을 따지면 중형 규모 이상의 재건축 조합장의 실질적인 수입은 연 1억 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3년 전인 2019년 조사에 따르면, 경기도 과천주공 한 단지 재건축조합장의 월급이 1000만원으로 책정돼 연봉만 1억2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종료 시점에는 거액의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관련기사

서울 서초구 한 재건축 조합에선 3.3㎡당 1억원이라는 역사를 쓰는 등 성과를 거뒀다는 이유로 조합 집행부 10명이 총 130억원가량의 성과급을 받으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이 소송을 걸었고, 결국 대법원에서 과한 인센티브라고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서울 잠실의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일부 조합장의 경우 월급을 한푼도 받지 않는 경우도 있더라"면서 "나중에 보니 수십억원 대의 성과급을 챙기려고 사전에 염두해 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사업 지연이나 큰 갈등 없이 조합원들과의 약속을 잘 이행한 조합장에게 적정한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도 했다

중앙일보 기획취재국이 만드는 ‘뉴스너머’(beyond news)는 뉴스 너머에 있는 실체적 진실을 파헤친 탐사보도를 뜻합니다. '뉴스너머'는 시민의 제보(beyond_news@joongang.co.kr)를 받습니다. 정치·사회·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벌어지는 각종 비위와 비리 의혹, 불공정·부당 사례를 알려주십시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