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제문화협 국제심포지엄/서대숙 하와이대교수 발표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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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 북방정책/유엔단독가입/“통일 도움 안된다”/김정일 집권후 실질대화 가능/교차승인 정책등 재검토 필요
정부의 북방정책과 유엔단독 가입,한반도 주변 4대국의 남북 교차승인이 남북통일과 대북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되고 있다. 한국 국제문화협회(회장 김성진)가 5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개최한 「분단국가의 통일­독일과 한국의 비교분석」이라는 국제심포지엄에서 하와이대 한국연구소장 서대숙 교수는 「북한의 변화와 남북한 관계」라는 주제발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서교수는 김일성이 살이 있는 한 42년간 통치이념으로 삼아온 「하나의 조선」과 「남조선 해방을 통한 조국통일」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므로 북한의 대외교정책이나 대남정책에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없고 김정일이 북한의 새 지도자가 되어서야 남북한의 실질적인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교수의 주제발표 요지는 다음과 같다.
북한의 대남 전략에 변화가 없는 한 남한의 경제개발과 외교적 성공을 통일로 연결시키기는 어렵다.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의 대남 정책이 재검토되어야 한다. 북한은 남한을 해방시키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들은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김일성의 주체사상에 찬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북한은 이제 자신을 돌아보고 타협안을 제기할 시기에 와있다.
남한의 장기정책에는 여러가지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있다. 남한의 북방정책ㆍ교차승인 정책ㆍ유엔가입 정책 등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남한은 북방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 북방정책의 성공이 대북 협상에 해롭고 조국통일 노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지 모른다.
북한을 고립시키는 중요한 부작용을 낳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의 고위관리들은 북방정책의 목적이 북한의 고립이 아니라고 설명하지만 그 결과는 북한의 고립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과 소련이 외교관계를 수립했을 때 북한은 이를 자신들을 고립시키기 위한 음모라고 주장했다. 한소 수교 때문에 북한인들이 느끼는 실망감은 한반도 통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과격한 북한의 대남 정책 완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남한은 북한의 가장 가까운 맹방을 유인해 북한과의 관계를 소원케하면서 동시에 북한 사람들이 남한의 조국통일 노력에 우호적이고 협조적이기를 기대하고 있다. 북방정책은 남한외교를 위해서는 좋은 정책일지 모르나 남북한 관계를 위해서는 바람직스럽지 않다.
만일 미국과 일본이 각각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함으로써 남한이 오랫동안 주장해온 교차승인이 성사된다면 어떤 성과가 있을까. 별 성과가 없을 것이다.
교차승인이 한반도 통일을 촉진시킨다는 보장이 없다. 소련ㆍ일본ㆍ중국ㆍ미국이 각각 남북한 정부들을 인정하게 되면 남북한 국민들이 가장 많은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이 4개국은 국익을 추구한다는 명목으로 남북한 경쟁관계를 이용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남북한간의 외교관계 수립이라는 문제가 제기되고 한반도 분단이 영구화될 것이라는 북한의 주장이 맞다는게 드러나게 된다. 교차승인 정책이나 북방정책의 목표가 북한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것이라면 현재 남한은 성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책들의 궁극적인 목표가 조국통일이라면 정책의 효용성 측면에서 제한받고 있다.
외부에서 보면 북한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아무런 근본적인 변화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소련이나 동구 스타일의 극적인 변화가 북한에서 일어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북한은 김일성 사후에 대해서도 만반의 준비를 해왔으며 북한 사람들은 김일성의 아들 김정일을 후계자로 받아들인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준비는 지난 18년간 계속돼 왔으며 그 과정에서 이런 조치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사람들은 모두 제거됐다.
남한은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
남한 정부가 인기와 권위가 없다면 대북관계에 있어 남한측에 이롭지 못할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 있어 남북한 두사회에 대한 객관적인 관찰이 조국통일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남한은 북한과의 실질적인 대화를 위해서는 김일성이 사라지고 김정일이 북한의 새 지도자로 부상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정리=김국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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