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11회 삼성화재배 세계 바둑 오픈' 중국기사의 천적, 서봉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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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제11회 삼성화재배 세계 바둑 오픈'

<16강전 하이라이트>
○ . 서봉수 9단 ● . 천야오예 5단

서봉수 9단이 천야오예(陳耀燁) 5단을 꺾는다고 생각한 프로기사는 거의 없다. 서 9단은 국내에서도 랭킹이 크게 처져(35위) 'KB2006 한국리그' 40명 중에도 끼지 못했다. 17세 천재기사 천야오예는 중국의 떠오르는 영웅이다. 강원랜드배에서 이세돌 9단을 꺾더니 LG배에선 이창호 9단을 격파하고 준우승까지 차지했으니 중국인들이 열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서 9단은 신기하게도 중국 기사에겐 강하다. 한국 기사들은 겁내면서 중국 기사들은 물로 보는데 그 자신감이 도무지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신명나는 플레이를 만들어 낸다.

장면1(151~162)=151로 찌르고 153으로 몰아 패를 내는 수. 이 수가 흑 대마의 유일한 활로다. 적에게 안방을 내주고 비상구로 달아나는 천야오예의 처지가 곤궁하기 짝이 없다.

155는 그래도 날카로운 팻감. 다른 곳에서 팻감을 찾는다면 A 뿐이다.(159,162=패때림)

장면2(163~167)=163의 팻감에 164의 응수가 호기롭다. 이창호-이세돌 앞에서는 덜덜 떠는(?) 서 9단이 중국 기사들 앞에선 맹수처럼 사나워지는 사연은 진정 심리학의 연구대상이다.

166으로 만족하고 167로 살려줬다. 통통히 살진 백집에 서 9단은 만족한다.(165=패때림)

참고도=165로 흑1, 3으로 잡으러 드는 것은 백4로 몰려 엄청난 꽃놀이패에 걸린다. 좌상 흑이 사망하게 된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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