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벤치 성준 선발도 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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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노련함이 빛을 발한 한판이었다. LG는 27일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3차 전에서 36세의 노장 이광은의 눈에 보이지 않는 활약에 힘입어 3-2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이는 2회초 무사 1, 2루 때 타석에 등장, 삼성 선발 성준의 슬로우 커브볼을 절묘하게 사구로 만들며 1루에 진출했다.
이의 진루는 무사만루를 만들었고 삼성 내야진은 전진 수비를 펼쳐 급기야 이병훈에게 좌전안타를 얻어맞고 2실점했다. 원바운드로 3루수 키를 넘기는 이 행운의 안타는 3루수가 정상적인 수비를 펼쳤다면 더블 플레이로 처리할 수 있었기에 이의 노련한 고의성 사구가 결국 승운을 LG쪽으로 끌고 간 셈이다.
한편 삼성은 1차전 때 5안타 2실점으로 1회에 강판 당한 패전 투수 성준을 내세워 상승세를 타고 있는 LG의 사기에 불을 지펴 줘 밥상을 차려준 꼴이 됐다.
삼성은 이날 LG선발 김기범의 몸 쪽 직구와 슬라이더에 완전히 놀아났으며 대부분의 삼성 타자들은 끌어당겨 치는 타법으로 시종일관, 타격 기술의 한계를 드러냈다.
삼성 선수들은 2연패의 심리적 부담으로 인해 사기가 저하된 상태였으며 슬럼프에 빠져 있는 스타팅 멤버를 전날에 이어 또다시 기용하는 오기 (?)로 인해 경기의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신인왕인 LG포수 김동수는 신인답지 않은 과감한 승부구를 투수 김기범에게 요구, 삼진10개를 뽑아내는 알뜰한 안방 살림을 꾸렸으나 9회 말 이만수를 상대로 정면 승부 하다 2점 홈런을 허용하는 미숙함도 함께 드러냈다.
이광은의 사기성 (?) 사구는 홈 경기에서 승리를 낙아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삼성의 기본 전략을 뿌리째 흔들었다.
미국 월드시리즈의 신시내티 레즈 4연승, 일본 세이부의 4연승에 이은 도미노 열풍이 한국 시리즈에도 일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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