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못 칠수록 훌륭한 골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유혜정(탤런트), 윤홍근(BBQ 제네시스 회장), 조안 리(IVI 모금 홍보 특별 고문), 최란(탤런트), 백완규(J .H 케어 회장·왼쪽부터)씨가 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부총장의 티샷을 지켜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영종도=조용철 기자

"멀리건을 많이 해야 훌륭한 골퍼라는 평가를 받는 이상한 대회지요. 백신을 만들 수 있는 자금은 많을수록 좋으니까요."

1일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에서 열린 어린이 생명 살리기 자선 골프대회에 참가한 조동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가 티샷을 실수하고 멀리건 권을 꺼내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대회를 주최한 국제백신연구소(IVI)는 벌타 없이 다시 칠 수 있는 권리증(멀리건 권)을 참가자들에게 판매했다. 2회권이 10만 원, 5회권은 20만 원. 백신 하나에 1달러 정도이기 때문에 멀리건 2번을 하면 백신 100개를 후원하는 셈이다.

김덕영 콘트론 대표이사는 "어린이들을 위한 일은 무조건 좋은 것"이라며 현장에서 1억 원을 기부했고, BBQ치킨의 윤홍근 회장은 "인류의 미래인 어린이를 위해서 어른들이 열심히 돈을 벌고 돈을 내야 한다"며 3000만 원을, 스카이72 골프장이 3000만 원을 기부하는 등 총 5억 원 정도가 모였다.

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부총장은 "자선 골프대회는 많지만 5억 원 이상 자선기금을 모은 대회는 사실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대회 홍보고문을 맡은 조안 리 스타커뮤니케이션 회장도 "한국이 전세계에 제품을 팔았듯 이제는 사랑도 나눠야 한다"고 했다.

IVI 국내 유치의 산파 역할을 한 조완규 전 서울대 총장은 "돈을 모으는 것보다는 자선 행사를 통해 IVI의 활동을 널리 알리고 국내 자선문화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월드 미스유니버시티 참가차 한국에 온 30개국의 미녀 대학생들이 자원봉사를 하면서 분위기도 한껏 부드러워졌다. 라트비아에서 온 에바 안토노바는 "지성을 가진 대학생들이 어린이를 위한 행사에 참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유엔개발계획(UNDP) 주도로 1997년 국내에 설립된 IVI는 현재 17개국 출신 110여 명의 연구원이 20여 개 후진국 어린이들의 질병을 연구하고 새로운 백신을 개발해 당사국에 지원해주고 있다. 대회는 IVI 주최하고 WPGA가 주관했으며, 중앙일보와 YTN 등이 공동 후원했다.

영종도=성호준 기자<karis@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 멀리건=골프에서 벌타 없이 한번 더 치는 것. 1890년대 퍼커스 오사프네시 멀리건이라는 아일랜드의 프로골퍼가 티샷을 실수하면 악착같이 다시 쳐야 한다고 우겨댔고, 다른 경기자들도 "멀리건"을 외치며 벌타 없이 다시 치자고 주장했던 것이 유래라고 전해진다. 그러나 골프규칙에 '멀리건'이란 용어는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