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맞은 극장가|눈길 끄는 영화 4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방화·외화 구분 없이 여름 프로가 전례 없는 흥행 호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말에는 한국 영화 『O심이』 『꼭지딴』, 프랑스의 동물 영화 『베어』, 그리고 미국 직배 영화인 액션물 『로보캅 2』가 선보인다.
『O심이』는 배금택씨의 원작 만화를 여류 이미례 감독이 2년6개월여만에 연출한 작품이다.
청소년들의 풋풋한 삶을 가식 없이 코미디 터치로 그린 영화로 최근 본업인 가수보다 개그우먼으로 주가가 껑충 뛴 노사연이 출연, 이채를 띠고 있다.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있잖아요 비밀이에요』등 청소년 이야기를 다룬 두 편이 큰 인기를 끌고 있어 『O심이』도 이 대열에 낄 것으로 보인다.
『있잖아요…』나 『그래 가끔…』가 청소년들의 고민에 무게를 뒀다면 『O심이』는 그들의 순수한 호기심이 빚어내는 즐거운 에피소드로 구성, 재미에 초점을 뒀다.
가수 전원석도 나오고 신인 이혜근이 O심이로 나온다.
이번 『O심이』까지 관객 동원에 성공하면 그동안 가요 쪽에 비해 열세를 면치 못했던 청소년, 특히 고교생들을 주 대상으로 한 청소년 영화들이 제자리를 굳힐 것으로 전망된다.
장 자크 아노 감독이 6년여의 집념 끝에 만들어낸 『베어』는 로키산록에서 살아가는 곰의 이야기로 특수 조련에 의해 거의 인간과 같은 감정을 보여주는 곰의 심리를 극적으로 포착해낸 화제작이다.
곰이 갖는 슬픔·공포·배고픔·외로움·기쁨, 그리고 곰들간의 우정 등이 교묘하게 표현돼 관객들로 하여금 마치 곰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끔 해 기존의 동물 영화와 완전히 격을 달리하고 있다. 구미에서 선풍적인 흥행 결과를 낳았다는데 그것과 상관 없이도 영화사에 기록돼야할 이색 수작이다.
『로보캅 2』는 전편의 히트 여세를 따라 만든 속편으로 악한들에게 상처 입은 한 경관이 반인간 반 로봇으로 변신, 악을 쳐부순다는 인간 병기의 활극으로 미 오라이언사 직배물이다.
『꼭지딴』은 신인 김영남 감독이 홍콩 액션물에 대항해 만든 활극.
고아원에서 같이 자란 두 남자와 한 여자가 각기 다른 삶을 살아오다 우연히 해후, 범죄조직에 맞서 일대·활극을 펼친다는 내용이다.
요즘 인기가 최고조에 달해 있는 최진실·정보석·박진성이 함께 출연, 무술 솜씨를 보여준다.
감독의 젊은 의욕은 넘치나 디테일한 연출 솜씨와 구성에서 허점이 드러나 인기있는 배우들의 공연을 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 작품이다. <이헌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