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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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모자'- 장철문(1966~ )

장모님이 새 자전거를 샀다고 모자를 선물로 보내셨다

늦은 술자리에서 돌아와

헐렁한 생활한복에 모자를 쓰고

각설이 흉내를 낸다

어릴 때 꿈 중에는 승려와 거지도 있었다



우선 무엇보다 돈 벌기 싫어서 나도 거지가 되고 싶은 적이 있다. 한데 얻어먹기는 더 어려울 듯했다. 성자가 되고자 했다. 얻어먹기는 마찬가지지만 폼은 좀 나니 수월하지 않겠나. 한데 단체로 너무 일찍 일어나는 것이 문제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늦게 일어나도 된단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살고 싶은 소망이 있긴 있었다. 게을러서만은 아닌 까닭도.

<장석남.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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