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즈펠드 "테러전쟁에 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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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이라크 등에서 벌어지는 대테러전에 관해 솔직한 심정을 담은 메모가 유출되며 워싱턴 정가에 논란이 일고 있다.

USA투데이와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들은 22일 럼즈펠드 장관이 지난 16일 작성한 내부 메모에서 "국방부의 대테러전 능력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메모 시작부터 "우리는 대테러전에서 승리하고 있는가, 아니면 패배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두쪽 분량의 메모는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 의장, 피터 페이스 합참 차장,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더글러스 페이스 국방 차관 등 네명에게 전달된 것이다.

럼즈펠드 장관은 메모에서 "대테러전에 성공적으로 대응하도록 국방부를 변화시키기는 불가능하다"며 새로운 기구를 만들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극단 이슬람 성직자들이 충원하는 것 이상으로 테러리스트들을 체포하는가"라며 의문을 표시했다.

"비용과 효과로 보면 우리의 (대테러전)비용이 수십억달러라면, 테러리스트들은 수백만달러 비용만을 쓴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라크전에 대해선 "어떤 식으로든 승리하겠지만 길고도 고된 강행군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내용은 럼즈펠드 장관과 백악관이 공식 석상에서 이라크 전후처리 등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자신감을 표해 왔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럼즈펠드 장관은 물론 메모 유출에 격노했다.

백악관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스콧 매클렐런 대변인은 "이 메모는 유능한 장관이라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럼즈펠드 장관이 대테러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마이어스 합참 의장도 "메모는 대테러전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내부 토론용 질문 자료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고민에 싸인 행정부의 속내가 드러났다고 비판하고 있다. 조셉 바이든 상원의원은 "메모는 행정부의 이라크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음을 시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웨슬리 클라크 전 나토군 사령관도 "럼즈펠드 장관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을 이제야 깨닫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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