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중 「골리앗 농성」해제후 전망|〃백기해산〃개운찮은 뒷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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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높이 82m의 고공 기중기 「골리앗 크레인」 에서 13일 동안 농성을 벌였던 현대중공업 근로자 50명이 10일 오후 모두 내려옴으로써 현중사태는 일단 수습됐다.
메이데이 총파업투쟁의 상징으로 부각됐던 골리앗 농성의 해제로 울산지역 현대계열사와 전국 노동현장을 강타했던 「파업회오리」도 막을 내리게됐다.
그러나 이들의 농성해제가 회사측과의 협상타결이 아닌 「장기 단식농성으로 탈진한 노조원들을 구하기 위해 취해진 부득이한 결정」이어서 현대중공업의 완전정상화는 아직 넘어야할 산은 남아있는 셈이다.
노조측이 줄기차게 요구해온▲구속근로자 고소·고발취하▲단체협상 불이행 사과각서▲공권력철수▲농성해제이후 신병보장 등 가운데 아무것도 타결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세차례에 걸친 협상을 통해 「고소·고발취하는 절대 불가」 방침을 고수, 협상이 계속 결렬됐었다.
이번 농성근로자들의 농성해제 결정에는 동조 파업했던 현대자동차가 「선조업안」을 통과시키면서 정상조업에 들어가는 등 현대계열사의 연대투쟁이 막을 내리자 골리앗의 무한투쟁이 무의미하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러졌다.
회사측은 11일부터 정상 조업키로 결정,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근로자들의 향방이 변수로 남아있다.
해성병원에 입원해있는 이갑용 비대위의장 등 파업지도부 6명이 이미 사전영장이 발부돼있는 상태로 노조집행부가 사실상 와해된 샘이다. 파업지도부는 이형건 전노조위원장 등과 협의, 빠른 시일 내에 노조집행부를 재구성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를 주축으로 회사측과 단체교섭을 벌일 예정이지만 회사측은 현재의 집행부마저 대표성을 인정치 않고 있어 단체협상이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회사측은 앞으로 노조를 상대하지 않고 직접 근로자들을 설득, 조업에 나서도록할 계획이나 「무노동 무임금」 등 파업기간의 임금처리를 둘러싸고 어차피 또 한차례의 진통이 예상되고있다.
l6일간에 걸친 파업투쟁은 회사측과 근로자에게『얻은 것이 무엇이냐』 는 회의와 함께 깊은 주름살을 남기게 됐다.
회사는 조업중단으로 9백억원의 매출손실을 보았으며 납기일지연등 해외기업에 불신을 주게됐다.
양보 없는 협상자세로 농성근로자들의 「백기해산」을 얻어냈으나 이에 따른 불신과 감정의 골은 앞으로 회사운영에 파행이 우려된다.
또 근로자들은 경제투쟁이 아닌 정치투쟁성격의 파업으로 근로자 18명이 구속됐고 1백12명이 불구속 입건됐으며 파업기간중의 「무임금」 이라는 피해를 떠안게 됐다.
경찰은 농성근로자들이 병원에 입원, 정밀건강진단 등을 받고 있어 영장집행을 유보하고 관망하는 상태다.
그러나 입원기간이 끝나는 대로 사전영장이 발부된 근로자를 구속할 방침이며 나머지 근로자도 면밀히 조사, 사법처리키로 해 근로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감정싸움에서 비롯돼 감정의 응어리를 물지 못하고 끝난 현중분규는 골이 깊어진 노사감정의 앙금을 어떻게 푸느냐가 사태해결의 열쇠다. <울산=김형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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