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재 속임수 외판 극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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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조기교육이나 영재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을 악용하는 유아교재 외판원들의 횡포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대낮 주부들이 혼자 집을 보는 가정을 방문하는 이들 외판원들의 대부분은 교육실태를 파악하고 어린이의 능력이나 지능을 검사해 주기 위해 유명대학이나 사회단체의 영재교육센터·유아교육협회등에서 나왔다고 속여 문을 열게한 후 갖가지 허위선전이나 계약상의 속임수등으로 계약을 성사시킨다는 것이다.
또 계약이 쉽게 성사되지 않을 경우 혼자있는 주부에게 공포분위기를 조성해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 하거나 책을 그냥 놓고 간후 돈을 내라고 종용하기도 하고 반품시 부당한 해약금을 강요하는 사례가 매우 잦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소비자상담과에는 매달 이같은 유아교재 외판원들의 횡포에 대한 고발이나 상담이 1백50건이상 쏟아져 들어오고 있으며 올들어 3월말까지 약5백건의 사례가 접수됐다고 양원자과장은 전했다.
주부 이미옥씨(서울양천구신월3동)의 경우 서울대 유아교육학과 여학생이 졸업논문을 위한 유아교육설문조사를 나왔다기에 문을 열어주었다.
설문조사를 끝낸 이 학생은 서울대 영재교육센터에 입회비2만8천원을 내고 가입한후 매달 회비를 내면 취학전까지 아이를 위한 갖가지 지능검사와 교육지도등을 해준다며 회원등록지에 도장을 찍게한 후 우선 서울대가 판매를 위임한 성문사의 유아용교재를 보라며 무작정 놓고 가버렸다는 것이다.
그이후 이씨가 내용증명우편으로 해약을 요청하는 서신을 띄우자 회사측에서 차장이라고 자칭하는 사람이 나와 『책을 한질만 구입하면 아무말 않겠다. 요즘 법이 바뀌어 책을 안 구입하면 막대한 손해가 있을것』이라는 협박과 함께 책을 그대로 놓고 가버렸다고 소비자보호원에 고발했다.
주부 송호경씨(서울강동구성내동)는 지난1월 외판원의 감언이설로 35만원짜리 유아용교재(학연사 판매)를 할부로 구입한후 반품처리를 요구하다 회사측 사람으로부터 욕설과 폭행을 당했다며 인근경찰서에 신고했다.
취학전 어린이를 둔 주부 박연옥씨(서울마포구노고산동)는 동방서적의 외판원이 40만원상당의 유아용교재를 70%할인판매한다고 허위선전해 13만5천원에 구입, 계약했으나 도서배달후 책을 살펴보니 내용도 광고와 다르고 지질도 형편없어 신속한 해약처리를 보호원에 의뢰했다.
그 외에도 이들 외판원들은 『정부가 88올림픽 이익금을 국민에게 환급하기 때문에』 『국민학생들이 모은 폐·휴지 판매기금을 국민교육에 돌리기때문에 책값이 싸다』고 허위선전하는데 막상 배달된 책을 보면 오히려 값이 비싸거나 내용이나 맞춤법·종이질·색상등이 엉망이라고 보호원상담과 백승실상담원은 말했다.
또 외판원들은 계약금이 없는 주부들의 반지나 아기 돌반지등을 임시로 보관한후 계약금을 주면 돌려준다고 했다가 안돌려주는 경우 약관상 계약파기 가능기간(물건인수후5일)을 2∼3일정도로 얘기하거나 아예 계약서를 안줘 연락처를 몰라 해약을 할 수 없게한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수금사원을 보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성문사 최연성사장은 『회사측은 판매원들을 엄중교육하고 사고시 퇴사조처까지 하고 있으나 외판원들이 실적을 올리기위해 그런 짓을 하는 것 같다』며 『현재 계약서에 3일로 기재한 계약해제 가능기간도 5일로 고치는등 소비자보호에 신경을 쓰겠다』고 했다.
보호원 서비스과 이창현유아교재담당은 『구입시 계약서를 정확하게 숙지한후 교부받고 문제가 있으면 구입5일이내에 반품요구사항을 내용증명으로 우송하라』고 조언하면서 『계약서를 지급하지 않는 자에게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릴수 있다는 도소매진흥법 적용이 형식적이고 방문·할부판매약관이나 소비자 보호법상의 소비자피해 보상규정도 강제성이 미흡해 외판원으로 부터 소비자를 보호할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고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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