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은 테러범 양성소" 미·영서 잡힌 용의자들 모두 연관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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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파키스탄이 전 세계 테러리스트를 양성하는 훈련소 역할을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14일 보도했다.

최근 테러 용의자들을 체포해 수사한 미국.영국.레바논 등 각국 수사 당국에 따르면 테러 음모의 핵심 용의자들은 모두 파키스탄에서 훈련을 받았거나 받을 예정이었다.

영국발 미국행 항공기 테러 계획을 세운 혐의로 10일 잡혀간 20여 명의 파키스탄계 영국인들도 마찬가지다. 영국 수사 당국은 이들이 영국에서 태어나 성장한 '자생적' 테러 집단이며 상당수가 파키스탄을 오갔다고 밝혔다. 사건의 핵심 용의자들은 파키스탄에서 체포됐으며 파키스탄에서 테러 자금을 송금받았다.

영국 경찰 관계자는 "폭발물 훈련을 받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사람이 파키스탄으로 가고 있다"며 "아프가니스탄에 있던 테러 훈련 캠프들이 파키스탄으로 대거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레바논에서는 미국 뉴욕의 홀랜드터널을 폭파해 금융가인 월가를 침수시키려는 테러 계획을 세운 용의자들이 검거됐다. 체포 당시 핵심 용의자인 아셈 하무드(31)는 이틀 뒤 파키스탄으로 출국할 예정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하무드는 파키스탄에서 폭발물 조작 훈련을 받은 뒤 캐나다로 이동해 테러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 했다"고 밝혔다.

앞서 올 6월 캐나다 경찰이 테러 조직 구성 혐의로 토론토에서 체포한 무슬림 17명 중 일부는 파키스탄에서 폭발물과 독극물의 제조.사용법을 훈련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과 미국의 수사 당국은 자생적 테러 집단이 파키스탄 내 조력자로부터 직접적이고도 핵심적인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카고 트리뷴도 13일 "파키스탄이 서방 세계의 테러 집단과 파키스탄 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고위 정보 관계자는 "파키스탄 내 알카에다 조직이 테러리스트를 모집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테러리스트 지망생들이 제 발로 찾아가는 것인지는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이 테러리스트 양성소가 된 주된 원인으로는 카슈미르 영유권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인도와 분쟁을 벌여온 과정에서 극단주의적인 이슬람 무장단체들이 깊이 뿌리내렸다는 점이 꼽힌다. 미국과 소련 간의 오랜 냉전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마무드 알리 두라니 주미 파키스탄 대사는 "파키스탄에 지하드(성전) 전사들을 위한 훈련 캠프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항공기 테러 음모 용의자들은 파키스탄이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의 알카에다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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