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작가 지원해야 방화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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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독립프러덕션(PD제)의 활성화가 빈사상태에서 허덕이는 한국영화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하고도 확실한 방법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제까지의 영화정책은 기업육성의 측면만을 강조해 왔지 영화작가의 창조적 역량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안은 도외시돼 왔기 때문에 상품으로서의 영화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영화기업보다는 영화작가의 육성에 정책의 우선 점이 주어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은 작가가 예술성 높은 작품을 만들면 자연스레 관객층이 두터워지고 이에 맞춰 영화산업도 저절로 발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가능한 방법으로 영화인협회는 영화진흥기금의 상당부분을 PD지원금으로 쓰는 방법을 들고있다.
내년부터 나오는 정부지원금 50억원과 극장모금에 의한 문예진흥기금 50억원 등 90년도의 영화육성자금 1백억원 중 영화진홍공사 운영금 등 필요경비 30억원 가량을 제외한 전액을 PD지원금으로 돌리는 과감한 정책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
영화감독 김호선씨(감독위원회 위원장)는 현재 영화진홍공사가 시행중인 5천만원 정도의 2편 사전지원제도는 『명목뿐인 지원이 PD제 활성화의 근처에도 못 간다』고 말한다.
김씨는 『엄격한 시나리오 사전심의 등을 거친 다음 연간 50편의 한국영화에 1편에 1억∼1억5천만원 정도의 PD지원이 집중된다면 한국영화계는 순식간에 활성화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원 받은 50편중 적어도 10∼20%의 각종 국제영화제 출품작품과 10%정도의 오락수작을 얻게 될 것이고 적어도 5년 내에는 국제수준의 수작이 나올 수 있다는게 김씨의 전망이다.
영화감독 장길수씨도 『만일 당국이 작가의 역량을 믿고 사전에 제작비를 지원해주는 PD시스템이 본격 가동되면 각PD는 주어진 제작비를 지키고 신장시켜 나가기 위해 경쟁적으로 예술성이 높거나 흥행성이 높은 작품을 만들어 내려고 힘을 기울일 것이기 때문에 완성도 높은 작품이 나올 뿐만 아니라 작가자신의 자생력쟁취를 위한 영화계의 건강한 풍토조성에도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PD제의 성공적인 예는 2차대전후 영국의 영화정책에서 찾을 수 있는데 당시 영국은 자국의 극장 80%가 미국의 메이저배급망에 묶이는 사태에 직면하자 정부재정으로 「아더 랭크사」를 설립, 우수 PD들을 집중 발굴해 제작지원금을 줌으로써 영국의 영화를 회생시켰다는 것.
이때 빛을 본 작가들이 로렌스 올리비에, 캐럴 리드, 데이비드 린 등으로 세계영화사에 빛나는 거장들을 탄생시켰다.
영화인협회는 5∼6일 충남도고에서 PD시스팀의 활성화를 중심으로 관계인사들과 함께 토론회를 벌였다. <이헌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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