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노사문제로 철수-외자기업 이한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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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국내에 진출한 외국인투자기업들의 「이한」절차가 최근 여러 각도에서 문제가 되고있다.
밀린 임금 등의 문제를 남겨 놓은채 자기보따리만 챙겨 본국으로 튀어버리는 외국인자본이 있는가 하면, 제대로 뒷마무리를 하고 떠나더라도 이들에 대한 과세문제가 항상 걸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노총이 외국인투자기업들에 대해서는 3개월분 임금 등 별도의 적립금을 사외에 쌓게하자는 청원을 국회에 내놓고 있는가하면, 노동부·상공부·재무부·외무부 등 관계부처회의가 자주 열리고, 국세청은 외국인투자기업이라고 할 것까지야 없지만 부동산을 팔고 떠나는 외국인에 대한 과세강화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같은 문제들은 한마디로 한국에 진출해있는 외국인투자기업이 크게 늘면서(88년말 1천6백97개, 올 10월말 1천9백19개) 얼마든지 일어날수 있는 일들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TC전자·수미다전기 등도 사실은 외국인투자기업 「철수」의 문제가 아니라「노사」의 문제다.
외국인투자기업이 철수하려면 기존투자지분을 원매자를 찾아 팔고 이를 우리 정부에 신고한 후 세금을 문 뒤 회수지분을 본국에 송금하면 된다.
이는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고 올들어 이같은「적법한 철수」를 한 외국인투자기업은 18개 기업이다.
TC전자 등은 절차 하나 없이 그냥 문을 닫고 튀어버린 경우로, 이같은 경우 최근 관계부처회의에서도 결론을 냈지만 외교채널을 통해 상대국 정부에 협조를 요청할 수 밖에 별 수단이 없다.
또 3개월분 임금을 사외에 따로 쌓게하자는 노총의 청원도 이는 당장 국가간에 불평등 차별대우의 시빗거리가 되기 때문에 정부는 물론 국회도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1천9백여개 외국인투자기업 중 몇 개의 「악덕」기업 때문에 그같은 제도를 만들 수는 없고, 또 사실 그간 체불임금의 사후청산도 안된 상태로 여지껏 남아있는 「악성」케이스는 한국피코전자 하나뿐이라는게 노동부의 집계다.
결국 적법이든 불법이든 외국인투자기업의 철수는 당장의 체불임금 문제라기 보다는 최근 마산 수출자유지역에서 그 조짐이 보이듯 고용의 문제다. <김수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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