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친위대서 복무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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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5월 28일 판문점을 방문한 귄터 그라스. [중앙포토]

소설 '양철북'으로 널리 알려진 독일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귄터 그라스(78)가 히틀러의 나치 친위대(Waffen-SS)로 복무했다고 고백해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다음달 자전회고록 '양파의 껍질' 출간을 앞두고 있는 그라스는 11일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사실을 털어 놓았다.

그는 "오랜 세월의 침묵이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라며 "마침내 이 책을 내놓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내 기억으로는 SS 친위대가 무시무시한 조직이 아니라 위험한 전투에 항상 투입되는 엘리트 부대였음이 분명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에는 이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나 전쟁이 끝난 뒤 수치스러운 감정으로 괴로웠다"고 말했다.

FAZ에 따르면 그라스는 15세 때 부모로부터 독립을 위해 잠수함(U보트)부대 복무 신청을 했으나 거절당했다. 이후 2차 대전 말기인 1944년 가을 17세 때 독일 동부 드레스덴에 있는 무장 나치 친위대 제10 기갑사단 '프룬츠베르크'로 발령받아 근무했다.

지금까지 그라스는 당시 독일군에 복무했다는 사실만 공개해왔다. SS친위대는 히틀러를 경호하기 위한 소규모 조직으로 출발했으나 나중에는 강제수용소를 운영하고 유대인 등을 학살하는 거대 조직으로 변형됐다.

2차 대전에서 살아남은 독일 세대의 문학적 대변인으로 평가받고 있는 그라스는 지식인 사회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아왔다. '독일의 지성' 그라스의 고백으로 독일을 비롯한 국제 지성계에는 큰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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