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시립도서관, 여성이용객 '몰카'표적-'나도 찍혔나'

중앙일보

입력

지난 2일 오후11시께. 경기 군포시 산본 시립도서관 성인실.

성인실의 책상을 보면 위쪽은 칸막이가 되어 있어 앞자리가 전혀 보이지 않고 아래쪽은 뚫려있다.

집에 가기 위해 가방을 챙기던 중 책상 아래로 휴대폰이 보였다. 양쪽 발 사이에 휴대폰이 끼워져 있었고 다리는 쭉 뻗어서 맞은 편을 향하고 있었다.

휴대폰 화면에는 동영상이 켜져 있었다. 앞자리에 사람이 없었는데... 뭐지? 순간 이상한 생각에 벌떡 일어나 앞자리의 남자에게 '뭐하는 거냐'고 묻자 당황을 하며 휴대폰을 꺼버리는 것이었다.

미안하다고 하는 남자에게서 휴대폰을 재빨리 빼앗아 밖으로 나오는데 쫓아오며 휴대폰을 달라고 하면서 길을 못가게 막는 것이었다.

그런 실랑이 끝에 증거물인 그 남자는 휴대폰을 도로 빼앗아 달아나려 했다. 마침 도서관에 끝나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에 의해 붙잡혔다. 그 남자는 재수생이라고 했다. 휴대폰에 찍힌 사진을 보니 7월 21일부터 2일까지 도서관에서 찍은 사진이 여러장이었다.

모든 사진은 책상 아래에서 7~8명의 여자의 다리를 찍은 것들이었고 도서관 앞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 여자의 사진도 있었다.

도서관에서 늦게까지 공부를 하다가 당한 어이없는 일이었다.

지난 4일 이모씨라는 한 네티즌이 경기 군포시립도서관 열람실에서 있었던 일을 시 홈페이지 '군포시에 바란다'란에 올린 글이다.

'분노의 글-도서관에서 몰카를 찍다니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이씨는 "이런 일이 이 남자 또래들 사이에서 재미로 진행되고 있다"며"들키지만 않았을 뿐 그 동안 자행되어 왔을 이런 일들이 또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분명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대책마련을 호소하며 이 글을 올린다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요구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측의 '대책(?)'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고심 끝에 내놓은 것이 A4용지 한장의 경고문이 고작.

도서관측은 이 같은 일이 있은 후 도서관 정문, 열람실 등에 '도서관 성인열람실내(의자밑) 및 도서관 주변에서 휴대폰을 이용해 몰래 여성분들의 다리를 찍은 사례가 있어 알려 드리오니 여성분들께서는 주의하시길 바란다'란 내용이 담긴 경고장을 부착했을 뿐 별다른 대책은 내 놓지 못했다.

몰카에 대한 예방은 여성 스스로 조심하는 것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성들은 '한심스럽다'며 몰카에 대한 불안은 계속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취업준비생 한모씨(26.여)는 "그것도 대책이라고 내놓다니 한심스럽고 울화가 치민다"며"차라리 치마를 입고 오지 말라고 하는 게 낮지 않느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글을 올린 이씨도 "불미스런 사고에 대해 행정당국이 분명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부탁을 했는데... 대책은커녕 사건을 바라보는 눈이 너무 안이하다"며 열받음과 함께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씨는 또 ▲주의사항을 좀 더 눈에 띄게 신경써 주고 ▲우리가 모르는 범죄자가 뜨끔할 수 있도록 법적조치 등 강력한 처벌이 있음을 명시해 주고 ▲피해가 발생했을 시 대처해야 하는 방안을 명시해 줄 것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권리를 지켜 주는 것도 직원들의 일이라고 여겨집니다"라며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군포시립도서관 관계자는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보고 경고문을 부착하고 경비원에게 순찰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며"하지만 몰카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없는 만큼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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