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이렇지요] 주사, 먹는 약보다 약효 훨씬 짧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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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가면 가벼운 질환에도 '독한 주사를 놓아달라'고 요구하는 환자가 적지 않습니다. 선진국에선 보기 힘든 풍경이지요. 전문가들은 주사맞는 것이 최상의 치료로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이런 기현상의 원인이라고 지적합니다. 바른 투약을 위해 먹는약과 주사약이 어떻게 다른 지 알아 보지요.

약은 흔히 세 가지 경로를 통해 우리 몸에 들어옵니다. 먹거나 주사를 맞거나 바르는 것이죠.

이중 입으로 먹는 것이 가장 흔하고 편리한 방법입니다. 항생제를 복용했다고 가정해 볼까요. 음식을 먹으면 소장에서 흡수된 영양분이 혈관을 타고 필요한 부위로 전달됩니다. 이는 항생제도 마찬가지지요.

문제는 혈관에 들어간 항생제가 필요한 부위(세균이 감염된 곳)에 바로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간을 거친다는 것입니다. 간은 항생제를 세균 죽이는 '영웅'으로 대접하지 않고, 해독해서 내보내야 할 이물질로 취급하지요. 이 과정은 간에 상당한 부담을 주며, 항생제의 절반 이상이 다른 물질로 바뀌어 약효를 발휘하지 못하고 몸 밖으로 배출됩니다. 따라서 먹는약은 주사약보다 보통 두 배 이상의 용량을 복용해야 합니다. 또 먹는 약은 위를 통과하므로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벌에 쏘이고 뱀에 물린 사람을 관찰하다가 아이디어를 얻게됐다는 주사약은 어떨까요?

주사약은 먹는약과는 달리 간과 위를 거치지 않습니다. 따라서 약효가 훨씬 빨리 나타나지요. 위장장애도 없습니다.

그러나 주사약은 긴급할 때 외엔 삼가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당부입니다. 페니실린 쇼크.알레르기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약효의 지속성이 먹는약보다 훨씬 짧다는 것이죠. 정맥주사의 약효 지속성이 가장 짧고, 다음은 근육주사(엉덩이 주사).피하주사(인슐린 등 호르몬 주사) 순서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사약을 불가피하게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복용한 약이 위에서 파괴되거나(인슐린 등), 먹어서는 체내 흡수가 거의 안 되는 약(스트렙토마이신 등) 등이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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