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강박증일까? 한방의 치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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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이란 뜻은 터무니없는 불합리한 생각이나 공포감이 자기의 의지에 반해서 계속적으로 떠올라 오는 상태를 말하는 것인데, '내가 이런 생각을 안 해야지'하고 억제하면 할수록 불안해지고 그 생각이 더 많이 들게 된다.

이런 강박적인 생각이 되풀이되어 떠올라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경우나 또는 어떤 턱도 없이 싱겁고 불합리한 행동을 되풀이해야 하는 노이로제를 통틀어서 강박신경증 또는 강박장애라고 한다. 일명 강박증이라 부른다.

이는 성장과정에서 형성된 강박적인 성격과 관련이 있으며 마음속에 감추어진 응어리인 울화(鬱火)나 성적 충동 및 공격적인 스트레스와 관계가 있다고 한다.

이런 증세는 정상인이라고 자처하는 사람에게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약간씩 찾아볼 수 있다. 가령 두 사람에게 보낼 편지를 한 자리에서 써서 봉투에 넣은 뒤에 혹시 편지 내용이 바뀌지 않았나 하고 봉투에 든 것을 꺼내어 조사해 보기도 한다.

그런데, 한번 조사한 것을 봉투에 다시 넣은 뒤에도 혹시 아까 본 게 잘못되지 않았나 하고 다시 꺼내어 보는 수도 있을 것이다. 한번이나 두 번쯤 이런 짓을 되풀이한 뒤에 '이렇게 검사했으니 틀림없다'고 안심이 된다면 이건 정상인이다.

그러나 이런 짓을 다섯 번이고 여섯 번이고 되풀이해도, 편지를 봉투에 넣고 나면 또 혹시 틀리지 않았나 하고 불안해진다면 이건 강박증이다. 검사한 횟수가 문제가 아니라, 가셔지지 않는 불안이 문제가 된다.

강박증이란 병은 강박사고나 강박행동이나 또는 이 두 가지를 함께 호소하는 노이로제인데, 이 병은 공포신경증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강박신경증과 공포신경증이 겹쳐 있는 수가 많다.

강박사고란 일정한 생각이 그 때의 기분이나 의미와는 관계없이 되풀이되어 뇌리에 떠올라'쓸 데 없다' '그럴 리가 없다'라고 생각되면서도 이를 저지하면 할수록 공연히 고민이 더해지는 생각이며, 강박행동이란 어떤 목적에 관심 없는 일정한 행위가 충동적으로 자주 되풀이 되어 행해지며, 이 때 그 행위를 해치우지 않으면 불안하여 못 견디므로 그 무의미함을 알면서도 실행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오염이나 질병에 대한 지나친 걱정, 자신이나 주위 사람의 안전에 뭔가 이상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염려, 뭔가 완벽하지 않거나 잘못된 것 같은 느낌, 지나친 죄책감, 성적인 생각, 몸의 일부분이나 기능에 관한 걱정, 별로 의미도 없는 소리나 숫자 등에 대한 집착 등이 강박사고에 해당한다.

강박행동은 흔히 강박사고에 기인하는 수가 많다. 가령 과도하게 닦거나 씻는 것, 확인하는 것,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 사물을 정렬하는 것, 물건을 못 버리고 모아두는 것, 다른 사람에게 계속 묻고 확인을 받는 것 등이 강박행동에 속한다.

이런 강박신경증은 세심하고 깔끔하며 까다롭고 짜증을 잘 내며, 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과 끈덕지고 완고하며 청결하고 인색한 성격을 지닌 사람에게서 주로 생긴다.

강박증 환자들은 내가 이 증상을 완전히 고치고 난 뒤에 학교에 나가겠다, 직장에 나가겠다고 대부분 말하지만, 이것 역시 강박증세의 하나인 것이다. 치료를 시작했다고 해서 당장 하루아침에 뿌리가 뽑히는 것은 아니다.

장기간의 노력으로 증상이 서서히 경감된다는 사실을 우선 환자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20여년 전만 해도 강박증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었다. 하워드 휴즈 같은 세계 최고의 부호도 강박증을 고치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흔하고 치료도 잘되는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방에서는 별다른 부작용 없이 강박증을 치료할 수 있는 귀비탕과 같은 약물처방이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정신치료와 함께 이런 처방을 하면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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