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공포증

중앙일보

입력

Q : 저의 가장 큰 고민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사회생활자체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중에서도 대인관계에있어 매우 부담을 느끼고 힘들어 한다는 겁니다. 제가 말씀드릴수 있는한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제 자신도 이 점에 대해서 상당히 걱정하고 이러한 제 자신의 일종의 장애로인한 미래의 불안감으로 고민을 항상 하고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심지어 가족에게도 이러한 고민을 말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조금하게 사업을 하시는 부모님밑에 3남 1녀 중의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누구나 그렇듯이 저의 성격은 내성적인면과 외향적인면이 복합적으로 내재되어있는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제 생활을 돌이켜보면 두가지 성향중에 보다 내성적인면이 지배적이었고 지금 제 성격중엔 내성적인 면이 거의 지배적인것 같습니다. 그래도 초등학교까지는 꽤나 까불고 활동적이어서 학교에서 장기자랑을 하게되면 빠지지않고 참여했습니다. 그러다가 중학교를 다니면서 외향적이던 성격이 많이 내성적인 성격이 되고 학교에서 친구들도 많이 사귀지 못했습니다. 기껏해야 한반에서 한 두명정도 사귀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나이때면 한참 성적인 관심이 많아 친구들끼리 성적인 이야기도 많이 하는데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물론 저도 성적인 관심이 많았지만 그 자체를 이야기하기 부끄러웠고 '나는 아니다'라느것을 은연중이든 의식적으로든 보여주고싶었던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창피한 이야기지만 포르노 비디오도 대학에 들어가서야 처음 보았습니다.)

특별한 기억없이 중학교를 마치고 남녀공학인 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1학년때까지는 나름대로 착실하게 학교생활에 임했고 성적도 상위권이었씁니다. 반에서도 특별히 반 아이들과 많이 친하게 지내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별 무리없이 또 몇명의 아이들과는 친하게 지냈었습니다. 저는 노래를 좋아하고 잘 부르기때문에 2학년이 되면서 교내 합창단에 들어가게되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써클이라는 것을 해보았고 합창단생활이 즐거웠었습니다. 이러한 써클생활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되고 그러한 분위기에 익숙하고 편해야 하는데 왠지 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물론 합창연습을 하는등 공적인 자리는 괜찮지만 사적으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 그리 편치않고 왠지 몸에 맞지않는 옷을 입은듯 마음이 불편하고 어색해서 그 자리를 피하고픈 생각만 들었습니다. 그래도 스스로는 이런 분위기가 익숙치 않아서 그럴꺼라생각하고 점점더 나아질꺼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많지는 않지만 이런 자리가 계속되면 그러한 모임속에서 나만 혼자라는 생각만 많이 들곤했습니다.

어느덧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학과는 성적에 맟추어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게되었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노래를 좋아하고 잘 부르기때문에 대학내의 포크송 동아리에 들어가게되었습니다. 처음에 동아리에 들어가니 선배나 동기들이나 저에게 너무 잘 대해주었습니다. 너무 좋았습니다. 아무래도 대학생이 되니 생전처음 술자리도 하게되었습니다. 술을 처음해보는 저는 소주 2잔을 마시고 술에 취해 동아리 선배의 부축을 받고 집에 올수있었습니다.

이것을 보신 부모님께 무척많이 혼났었습니다.(이러한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매우 권위적이고 엄하신 반면 저의 큰 형은 매우 내성적이고 소극적입니다. 그래서 큰형은 아버지를 많이 무서워하고 아버지 앞에서 말도 제대로 못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저처럼 큰형도 대학에 들어가서 어느날 술을먹고 취해서 친구들이 집에 데리고 온적이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땐 아버지께서도 '남자니까 그럴수 있다고 하시며' 그냥 넘기셨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너무 지나쳐 거의 말로 표현할수 없을정도로 소위 망나니같은 짓을 반복하였습니다.

그때 제가 초등학교 다닐때였습니다. 그때부터 제가 20대 후반이된 지금까지도 못된 술버릇으로 저희 가족들은 술만보면 정말 지긋지긋함을 느끼며 살아왔습니다. 지금은 거의 알콜중독 상태까지 되어버렸습니다.) 그때 상황이 이지경이었기에 부모님의 걱정이 대단하신것도 지금에서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그로인해서 저나 저의 둘째형만 피해를 많이봤습니다. 써클에서 공연을 위해 연습을 하다가 끝나면 자연스레 술자리를 하게되는데 저는 이게 오히려 부담스럽고 거북했습니다. 원래 술이라면 진져리가 나고, 또한 술이 워낙 약해서 술 먹기도 겁나고 항상 집에 늦지않으려고 전전긍긍하며 시간에 쫓긴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도 이상하게 사람들이 많으면 괜히 위축되고 혼자인 느낌때문에 그냥 이리저리 핑계를 대고 그자리를 피해버리고 싶기만 했습니다.

솔직이 어디가서 실수한적도 없지만 워낙 완고하신 아버지는 학교에서 늦는다는 이유로 아예 하교까지 데리러 온다고 할정도였습니다. 이러해서 마음고생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거의 모든 술자리를 피하다시피하며 수업이 끝나면 집에 오곤했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공식적인 M.T이외에는 한번도 외박도 하지않았고 써클 친구들끼리 가는 야유회도 아예 빠지곤 했습니다. 그런게 반복되니 처음엔 날 불러주던 친구들도 거의 저한테는 연락을 하지않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니 나중에는 저 혼자 외톨이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렇다고 학과 친구들과도 친한것도 아니고 참 괴로웠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러한 상태는 계속되었고 써클과는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학과에서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4학년까지 마치고 군대를 가게되었습니다. 그래서 자연히 동기들과도 멀어졌습니다.

군대를 제대하고 혼자서 취업을 하려니 많이 힘들더군요, 그렇다고 학점이나 뭐 당당히 보여줄것도 없고. 해서 처음에는 이름없는 벤처기업에 들어가게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소심해서인지 술자리나 사람들과의 사이도 서먹서먹했고 이름없는 회사에 대한 실망감 등등..으로 2달정도 다니다가 그만 두었습니다. 그후 정말 열심히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들어간 회사에서도 또 약 1년정도 다니다가 그만 두었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해보고 싶은것은 노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그래서 그후 노래를 하려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후 다시 회사에 입사했는데 얼마전에 그만 두었습니다. 일도 않맞았지만 그 근본은 제가 회사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적응하기 힘들다는것을 많이 느꼈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도 동료들끼리 술자리를 많이 하는데 이런것을 거의 다 빠지니까 회사에서도 매우 서머서먹하고 다니기 어려웠었습니다. 막상 이렇게 되니 지금은 다시 취업하기도, 또 무엇을 한다는것이 엄두가 나질않습니다. 우선 대인관계 자체를 상당히 꺼려하고 어려워하니 정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요즘은 집밖에도 거의 나가지 않고 잠을 자도 항상 깊이 들지 못합니다. 정말 제가 정신적으로 많이 문제가 있는지요? 제가 이렇게 글을 드리는것은 저의 남은 인생을 지금과는 달리 좀더 괜찮게 살고 싶은데 이런식으로는 않될꺼 같아서 그럼니다. 저의 노력으로 가능한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할것이니 저에게 조언좀 부탁드립니다.

혹시 저의 글이 두서가 없어 혼란스러우시더라도 이해해 주시고 추가도 저에게 물어볼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말씀해 주세요.

A : 직장을 비롯한 각종 사회생활에서 많은 어려움을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우선 글을 주신 분이 전형적인 대인공포증을 갖고 계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대인공포란 대인관계상황에서 여러가지 증상들 즉 얼굴이 붉어지거나 손 또는 목소리가 떨리거나 시선이 불편하거나 얼글이 굳어지는 등의 문제가 있어 대인관계를 두려워하고 피하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전형적인 증상을 갖고 계시지는 않으신 것 같은 데 각종 사회생활 특히 직장과 같은 단체 생활에서 어려우신 것 같습니다.
물론 대인관계, 단체생활은 어렵고도 중요한 것입니다. 중요한 만큼 어려운 것이지요.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는 자신의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렵게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하나씩 풀어 나가는 것이 필요한 것입니다.
또한 너무 잘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처음 사회에 나가고 직장에 나가면 누구나 초기에는 불편하고 어색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때 자신만 그렇다고 생각하고 걱정하며 자신을 책망하고 어려운 상황을 피한다면 영영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게 될 것 입니다.
따라서 조금 어렵더라도 어려운 상황을 피하지 마시고 조금 씩 부딪혀 나가면 나중에는 자신감도 생기고 어떻게 할 요령도 배우게 될 것입니다.
가능하면 자기보다 다소 나이가 많거나 비슷한 선배나 친구와 자주 어울리며 그들의 대처 방법을 배워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자신의 노력으로도 잘 해결이 안되면 한 번 쯤 정신과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정신건강센터내의 공황장애클리닉 오강섭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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