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입안 뛰어난 "뉴 리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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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경=방인철 특파원】일본의 차기 수상선출에서 가이후(해부) 지명이 굳어진 것은 지금까지 되풀이되어온 밀실담합의 산물인 동시에 야당의 거센 도전을 받고있는 중의원선거를 총력전으로 치르겠다는 자민당의 회심의 카드로 보여진다.
이번 가이후 선택에는 도이(토정) 사회당 위원장에 맞서 선거내각을 맡을 수 있는 리더십과 정책입안 능력을 가이후에게서 구하려는 기대가 깔려있다. 또 리크루트스캔들, 우노(우야)잠정내각, 우노스캔들, 참의원 선거대패 등 악수가 악수를 불러온 사태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하며 당내에 점증하고있는 「젊은 지도자 대망론」에 부응한 면도 있다.
뉴 리더 가운데 한사람인 가이후의 추대는 그가 속한 고모토(하본)파 자체보다 당내 최대세력인 다케시타(죽하)파와 아베(안배)파에서 더 원했다는 점에서 파벌역학의 산물이라고 할만하다.
다케시타파와 아베파가 고모토파를 선택하면서도 고모토를 밀지 않고 가이후를 추대한데서도 자민당 내 묘한 역관계를 엿볼 수 있다.
2년 전 다케시타수상 추대 때 결정적 역할을 한「안죽하」 3각 동맹의 연장선상에서 이번 가이후 추대도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시 다케시타파는 아베파·고모토파를 끌어들여 다케시타를 당선시켰다는 점에서 이 양파에 빚을 졌고 지난번 우노 추대 때 아베파에게 어느 정도 보상했다면 이번은 고모토파라는 계산이다.
그러나 고모토가 정작 출마한다면 고령으로 인해 과연 총선거에 이길 수 있겠느냐는 역부족의 느낌에다 그 자신이 소유한 삼광기선이 도산 직전, 결국 법정관리로 넘어감으로써 회사경영능력도 없는 사람이 국가위기관리능력이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리크루트 사건·우노 추문으로 돈과 여자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자민당내의 분위기 속에서 고모토씨는 사전채점에 걸린 케이스다. 당내인기가 높았던 하시모토(교본) 간사장의 후퇴도 사실은 여성문제에 자신이 없었다는 뒷공론이 있어 후보출마를 포기시켰다는 얘기도 있고 보면 이번만은 우노의 전례를 되풀이할 수 없다는 자민당의 의지가 강하다고 풀이된다.
가이후가 정작 수상이 되기 위한 관문은 아직 남아있다. 5일 입후보 접수, 7일 후보자 공동연설회, 8일 양원의원 총회에서의 최종결선투표 절차가 남아있으나 자민당 유력 파벌이 모두 지지를 선언하고있어 이들 절차는 사후 추인의 요식 행위에 그칠 공산이 크다.
그것보다 이번 총재선출에서도 다케시타파와 아베파가 사실상 가이후 옹립을 주도했다는데서 역대 자민당정권의 누습인 「밀실담합」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가이후는 리크루트 관련설이 나도는 데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비난의 표적이 된 소비세통과에 세제개혁특위이사로 앞장선 것도 수상결정 이후에 야당 측 공세에 표적이 될 수 있는 것이 흠이 된다.
투표당일 또 하나의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는 변수는 이번에 한해 예외로 인정해 주기로 한 자민당 각지방 대표 47명의 향배다. 자민당 중참양원 의원 총수 4백5표에 47표란 수는 여타 파벌에 못지 않은 「숫자의 힘」을 갖고 있다.
때문에 투표를 앞두고 각 파벌의 선심·회유공작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 수상만은 내 손으로 뽑아야겠다는 의지가 강한데다 「정치개혁은 젊은 사람의 손으로」라는 신인 대망론이 지배적이라 파벌의 논리에 저항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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