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오군란 피해 51일간 충주에 머문 명성황후 '피난기록'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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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명성황후(1851~95)가 1882년 임오군란 당시 궁궐을 탈출해 51일간 피란생활을 했던 기록이 발견됐다. 대전시향토사료관은 임오군란 때 충북 충주 등으로 피신한 명성황후의 행적을 기록한 '임오유월일기(壬午六月日記.이하 임오일기)'를 발견했다고 30일 밝혔다.

명성황후의 피난 시 행적은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나 일성록(日省錄.궁중일기) 등에 나타난 게 전부다. 이들 기록에는 명성황후가 "충주 민응식(1844~?)의 집으로 피했다"고 돼 있다. 민응식은 명성황후의 먼 친척뻘 되는 인물로 정6품에 해당하는 익찬(翊贊)이란 벼슬을 지냈다. 이 일기는 민응식의 후손이 5월 초 대전시에 기증한 유물(279점)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총 8쪽으로 돼 있는 일기는 가로 14.7㎝, 세로 20㎝ 크기의 한지에 한문으로 기록돼 있으며 일부 한지는 부식 등으로 훼손된 상태다.

임오일기는 명성황후가 임오군란이 발생(6월 9일)한 지 나흘 뒤인 13일부터 환궁(還宮)한 8월 1일까지 생활을 적고 있다. 주로 ▶명성황후의 몸상태 ▶섭취한 약과 음식 ▶만난 사람 등이 기술돼 있다. 일기에는 명성황후가 인후염과 다리 부스럼 병을 앓았다는 기록이 있다. 또 청나라 군대가 조선에 들어왔을 때 한양에 붙인 방문(榜文)을 시종이 적어왔다는 부분이 있어 명성황후가 피란 중에도 조정의 정치상황에 관심을 갖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대전시향토사료관 양승률(43) 학예사는 "일기의 저자는 여흥 민씨일가 사람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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