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호주 집에서도 김치 담가 먹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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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아, 이렇게 양념을 바르니 쉽군요."

지난 20일 서울 삼성동의 한 호텔식 아파트. 중년의 백인 남성이 이 아파트 주방장에게서 소금에 절인 배추에 고춧가루 양념을 바르는 법을 한창 배우고 있다. 그는 손가락으로 배추를 조금 찢어 맛보더니 엄지를 세우며 "Good(맛있어)!"을 연발한다. 미국 보톡스 제조업체 앨러간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의학담당 이사인 존 로저스(45)다.

그는 아태 지역 각국 의사들을 만나 최신 보톡스 시술법을 소개하고 보톡스의 바른 사용법을 설명하는 일을 맡고 있다. 외국 출장이 잦을 수밖에 없는 그에게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은 각국 음식을 맛보는 것이란다. 앨러간 아태본부가 있는 호주에 사는 그는 1년에 서너 차례 한국을 방문한다.

"3년 전 김치를 처음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어요. 호주에 돌아가서도 김치 맛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지난해엔 아예 한국 식료품 가게를 찾아가 배추.열무 등을 사고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 김치를 만들었죠. 완성된 김치를 두고 일주일간 출장을 다녀왔더니 딱 알맞게 익어 있더라구요."

김치가 아니더라도 한국은 그에게 관심이 클 수밖에 없는 나라다. 한국의 보톡스 미용 시술이 어떤 나라보다 앞서 있기 때문이다. 그는 "대만.싱가포르의 성형외과 의사들은 항상 저에게 '요즘 한국에선 어떤 식으로 보톡스를 쓰냐'고 묻곤 한다"며 "특히 사각턱 축소나 주름 감소 시술은 한국 의사가 최고"라고 추켜세웠다.

요즘 추세는 얼굴 전체에 극소량의 보톡스를 골고루 주입해 피부에 탄력을 주고 모공을 줄이는 효과를 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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