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소장파 목청 커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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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소장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에선 당 대표에까지 도전할 태세다. 열린우리당에서도 위기에 처한 당의 진로를 찾기 위한 초선 의원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 "당권 잡아 집권 이끌 것"=23일 한나라당 권영세.임태희 의원이 잇따라 다음달 11일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두 의원은 "한나라당을 개혁해 2007년 대선 승리를 이끌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수도권 재선 의원인 이들이 강재섭(5선).이재오(3선) 의원 등 중진에게 도전장을 낸 것이다. 이들의 뒤에는 초.재선 의원이 주축이 된 당내 '미래모임'이 있다.

미래모임은 29일 '미니 전당대회'를 열어 단일 후보를 뽑기로 합의한 상태다. 모임 소속은 현역 의원만 53명. 한나라당 전체 의원 수(123명)의 절반에 가깝다. 따라서 '소장파 대표'로 선택되면 최고위원은 물론 당 대표도 바라볼 수 있다. '미니 전당대회' 출마를 준비 중인 남경필(3선) 의원은 "미래모임 소속 의원들이 '결정된 사람을 끝까지 지지한다'는 약속까지 했기 때문에 후보 단일화 이후에도 세 결집이 잘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장파는 수도권.영남.중부권에 골고루 포진하고 있어 이들의 움직임은 다른 전당대회 출마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러나 이들의 파괴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당직자는 "지난번 원내대표 선거 등에선 소장파가 한목소리를 내며 특정 후보를 지지했지만 이번엔 내부 경쟁도 심해 '찻잔 속의 태풍'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집단 움직임 보이는 여당 초선 의원=14일 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원들은 서울 강서구 한 호텔에서 워크숍을 열었다. 워크숍을 마치고 김근태 의장은 당 안팎에 '입조심'을 당부했다. 당.청 간 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치지 않도록 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러나 김 의장의 당부는 초선 의원들에게 통하지 않았다. 다음날 전병헌 의원의 주도로 열린 초선 의원 토론회는 한마디로 청와대와 정부에 대한 집단 성토장이었다. "정부의 개혁은 친북.반미.반기업으로 비치니 180도 수정하자"는 의견부터 "이렇게 무능한데 재집권이 무슨 소용 있나"는 얘기까지 강도 높은 발언들이 가감 없이 쏟아졌다. 부동산 세제도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한 초선 의원은 "민심이 등을 돌리는데 지도부만 따를 수는 없다"며 "정치적으로 당과 우리가 함께 살기 위해선 초선들이 앞장설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초선 의원 19명은 조정식 의원 주도로 '처음처럼'이라는 모임을 13일 발족했다.

이들은 19~20일 워크숍을 열고 당 지도부에 ▶강력한 리더십을 갖출 것 ▶계파 활동을 중단하고 당 수습에 총력을 기울일 것 등을 요구했다.

당 지도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의원들의 입을 막을 수는 없지만 당이 이제 좀 안정기에 접어드는데 자칫 당내 분란으로 비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엔 "지도부의 '영(令)'이 서지 않는다"는 걱정도 포함돼 있다.

강주안.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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