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를 잇는 체육가정을 찾아 김종규씨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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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치르면서 펜싱 경기운영본부 사무총장직을 수행했던 김종규씨(52·대한펜싱협회부회장)와 체조경기운영본부 경기부장직을 맡았던 김진수씨(51·대한체조협회 여자기술분과위원장·경희대교수) 부부는 슬하에 1남2녀를 둔 전문 스포츠커플이다.
『나는 왜 운동을 안 시켰는지 모르겠어요. 시키기만 했으면 잘 했을 텐데.』
가족 중 유일한 비체육인인 큰딸 치영양(24·경희대음대 졸)은 스포츠에도 소질이 있다고 말한다.
『직접 선수생활을 하거나 경기기술을 가르치는 지도자만이 체육인은 아니잖아요. 또 그런 사람들만으로 체육중흥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요. 저는「학문으로서의 스포츠에 매달려보고 싶어요.』 아들 정훈군(22·경희대체육과3년)도 스포츠에 대한 집념이 대단하다.
『선진 일본으로 유학을 간다고 해서 꿈에 부풀었어요. 그러나 어찌나 힘든지 후회 속에 훈련을 쌓아왔어요. 그렇지만 이미 시작은 한 거고 또 리듬체조가 국내에선 아직 초기단계여서 앞으로 얼마동안은 선수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런 다음엔 정식으로 이론을 갖춘 지도자가 되고싶어요』-. 막내딸 수정양(18·일본 좌하여고3년·전 국가대표)은 야무진 포부를 밝힌다.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 돌연변이(?)라는 별명을 가진 큰딸 치영양도 「체육관계인」이다. 리듬체조대회에 참가하는 막내 수정의 매니저 역할을 도맡고 있기 때문이다.『엄마가 체조협회 임원이기 때문에 수정인 오히려 더 손해를 보는 셈이죠. 대회기간 중에는 사람들 눈을 의식, 어깨 한번 두드려주질 못하거든요.』
자신이 시집이라도 가고 나면 누가 수정의 뒷바라지를 해줄까가 걱정인 치영양은 단신으로 유학, 기숙사 자취생활을 하는 막내의 고된 생활이 안쓰러워 남은 네 식구가 마음놓고 외식 한번 못한다고 했다.
새벽 6시면 기상, 선배언니들의 아침준비에다 도시락까지 챙겨주어야 하고 훈련시간에는 먼저 체육관에 도착, 연습기구를 준비해야 하는 혹독하리만큼 엄격한 위계질서를 고수하는 일본의 선수생활관습을 지키는 막내의 취침시간은 밤 12시.
이심전심일까-비록 몸은 떨어져 있어도 밤 12시전엔 가족의 어느 누구도 선뜻 잠자리에 들지 못한다.
그러나 수정이를 디딤돌로 하여 일본 체조계 인사들이 수정이 엄마 김씨를 통해 한국 체조계와 끈끈한 인간관계를 맺어가고 있고 이러한 체조인사이의 유대는 같은 전문체육인인 아버지 김씨와도 연계되어 한·일 펜싱계의 교류에도 큰 몫을 해내고 있다.
체육인 가정 「수정이네 가족」만이 해낼 수 있고 또 커다란 보람으로 삼고 있는 자랑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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