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코리아 워처들이 북한의 협상술을 파고든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실장도 그중의 한 명. 2003년 1월 학자 때 대북 협상 교훈 아홉 개를 내놓았다. 북한 핵문제가 불거진 직후다. 미국의 정책이 갈팡질팡할 때다.
① 겸손하라. 우리는 제3세계의 외딴 나라가 어떻게 유일 강대국의 의지를 훼방놓는지를 아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북한은 미국 역사상 가장 정보가 없는 나라다.
② 북한과 거래할 수 있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는 북한과 50개가 넘는 협정에 서명했다. 북한은 대체로 이를 존중했다.
③ 그러나 결코 쉽지 않다. 북한은 노련하고 인내심이 강하다. 그들은 모든 옵션을 열어두고 있다. ④ 불신하고 검증하라.
⑤ 미국의 리더십. 미국의 대북 대화는 한국.일본이 대북 개입정책을 펴는 데 유용한 정치적 명분을 제공한다.
⑥ 중간급 관료로는 안 된다. 북한 문제는 핵 확산에서 인권까지 광범위하다. 이런 도전에는 큰 권한을 가진 고위급 관리가 필요하다.
⑦ 이데올로기와 실용주의. 북한을 싫어한다는 것은 태도이지 정책이 아니다. 북한을 우리가 희망하는 실체로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⑧ 일방주의 대 다자주의. 미국은 국익을 지키기 위해 일방적 행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한국.일본과 함께할 때 입지는 강화된다. ⑨ 미국의 신뢰. 당신이 대북 정책을 갖지 않으면 북한이 당신의 정책을 결정할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발표 얼마 후 6자회담이 생겨났다. 리스는 국무부로 들어갔다. 콜린 파월 당시 장관의 브레인으로. 6자회담은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미국이 벼랑 끝 전술을 편다는 소리도 들린다. 아홉 개 교훈은 온건파의 넋두리인가. 이참에 감히 하나를 더 붙인다면. ⑩ Mr. X를 활용하라. 비선(秘線) 없이 성공 없다. 리비아의 핵 포기 결단은 막후 교섭의 산물이다.
오영환 정치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