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잠깐 막혀도 유가 급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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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르무즈 해협=중동의 오만만과 페르시아만이 연결되는 곳으로,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예민한' 지역으로 꼽힌다. 해협 양쪽으로 이란과 아랍에미리트가 마주보고 있다. 가장 좁은 곳은 폭이 21마일(약 33.8㎞)에 불과하다. 매일 1700만 배럴의 원유가 이 해협을 통해 미국과 서유럽.일본으로 향한다.

문제는 이란 혁명군이다. 혁명군은 해협 입구의 조그마한 섬인 아부 부사를 점령하고 있다. 최근엔 이 섬에 실크웜 미사일과 어뢰 장착 전함도 배치했다. 포린 폴리시는 "이란이 아주 잠깐만 해협을 봉쇄해도 세계 석유시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요동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아브카이크 정유시설=사우디아라비아 최대 규모의 정유시설이다. 사우디 석유 생산량의 3분의 2가 이곳을 거치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이곳에 테러가 가해질 경우 하루 680만 배럴의 원유 처리능력이 100만 배럴까지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곳은 알카에다 지도자 빈 라덴이 지난해 추종자들에게 "아브카이크 정유시설을 파괴하라"고 촉구하면서 일약 세계의 화약고가 됐다.

◆ 말라카 해협=말레이시아 서부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사이에 위치해 있으며,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고 있다. 아시아의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해상보급선으로 떠올랐다. 5만 척 이상의 화물선이 매년 이곳을 통과한다.

전 세계 해상교역의 20% 이상이 이곳에서 이뤄지는 셈이다. 여기는 해적이 문제다. 해적 출몰 횟수가 1994년 25건에서 2003년엔 150건으로 급증했다. 급기야 미 해군까지 감시활동에 나섰지만 광활한 해안지대가 무방비 상태로 놓여 있어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최근엔 테러리스트들의 준동 움직임마저 감지되고 있다.

◆ 수에즈 운하=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운하로, 세계에서 가장 유서깊은 운하 중 하나다. 130만 배럴의 석유가 매일 이곳을 지난다. 폭도 좁아 가장 좁은 곳은 300m밖에 안 된다. 최근 들어 이집트 출신 테러리스트들이 주변 관광지를 잇따라 습격하고 있어 긴장도가 특히 높아진 지역이다.

◆ 드루즈바 송유관=총길이가 2500마일(약 4023㎞)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송유관이다. 러시아 남동부에서 우크라이나.헝가리.폴란드를 거쳐 독일까지 뻗어가 '유럽의 에너지 젖줄'로 불린다. 하루에 120만 배럴의 석유를 운송할 수 있다. 문제는 수천㎞에 달하는 송유관을 지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과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는 점이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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