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 찬양」서독하원의장 사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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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필립·예닝거」서독 하원의장이 11일 「히틀러」의 나치통치에 대한 찬양발언으로 야기된 정치파문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예닝거」의장은 이날 「콜」수상을 비롯한 소속 정당인 기민당 당직자들과 긴급협의를 한 직후 의장직 사임을 전격 발표했다.
「예닝거」의장은 지난 10일 나치에 의한 유대인 대학살 50주년을 기념하는 연설에서 「히틀러」의 「제3제국」통치의 초기 업적인 경제적 성공과 영토확장에 대해 많은 독일인들은 「위대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나치의 집권초기 수년은 「승리의 행진」이라고 말함으로써 나치의 대 유대인 정책을 부분적으로 정당화하는 느낌을 주었다.
지난 10일은 50년 전 「히틀러」의 나치가 유대인학살을 개시한 「크리스탈나흐트」(깨진 유리의 밤)을 유럽전체가 회고하는 날이다.
그는 TV로 전국에 중계된 이날 연설에서 또한 「히틀러」가 신의 섭리에 의해 1천년만에 독일민족에 보내진 지도자이며 독일인의 자긍심을 회복시켰다고 칭송하기도 했다.
그의 이 같은 나치 찬양발언으로 약 50명의 의원들이 퇴장하는 사태를 빚었으며 독일을 비롯한 전 세계로부터 빗발치는 항의를 받았다.
지난 84년 하원의장이 된 「예닝거」의장은 사임 성명에서 자신의 발언이 본래의 진의와는 다르게 이해되었다고 말하고 『이 발언으로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 상처를 입혔다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나치 독일은 지난 38년 11월9일과 10일의 유대인학살을 시발로 유럽의 모든 유대인을 말살할 의도를 명백히 했으며 이후 45년까지 총 6백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했다. 「예닝거」의장이 사임한 하원의장직은 정부 의전서열 상 대통령에 이어 두 번 째다. 【DPA·AFP·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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