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와 함께 3강 구축 모색|등소평, 중-소 정상회담 개최 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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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30년만인 중국·소련 정상회담이 내년 중에 개최될 것이라는 중국의 최고실력자 「덤샤오핑」(등소평)의 13일 발언은 중국이 미소가 겨루는 초강대국대열에 재진입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서방외교관들은 말한다.
84세의 등이 핀란드의 「마우노·코이비스토」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밝힌 이 같은 발언은 그 시기적으로 우연은 아니라고 이들은 지적한다.
미국대통령선거를 한달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나온 이 발언은 차기 미국대통령에게 중국이 향후 활발한 외교활동을 전개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외교관들은 중국이 미·소·중으로 이루어지는 삼각관계에서의 위치를 되찾음으로써 대소관계 정상화를 통해 최대한의 수확을 거두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중국과 소련은 지난 82, 20여년에 걸친 불화를 깨고 관계정상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모색은 85년 3월 「고르바초프」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정권을 장악하면서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미소의 데탕트정책 과정도 중국이 지렛대로서의 역할에 신경을 쓰게 함으로써 중국의 외교정책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또한 이는 중국이 주변국가의 위치로 물러 앉게되리라는 불안감도 조성했다고 외교관들은 해석한다. 『중국은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미·소 화해에 의해 뒷전에 남겨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 정상회담이 개최되기 몇 개월 전에 미리 발표됐다는 것은 캄푸치아 문제의 원만한 해결이 목전에 와있어 이에 중국이 만족해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중국은 그 동안 베트남군의 캄푸치아 장악에 대한 소련의 지원이 중소 관계 정상화의 마지막 장애요소임을 강조해 왔다.
소련은 동남아시아의 유일한 동맹국인 베트남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소련자신이 베트남군의 조속한 캄푸치아 철수를 종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것을 꺼려왔다.
그러나 중국은 소련이 압력을 가해 베트남군 철수의 결실이 맺어지길 고대했다고 외교관들은 전한다.
베트남은 이미 캄푸치아에 주둔하는 총 군사력의 절반에 해당하는 5만명을 연말까지, 그리고 나머지 병력은 1990년까지 모두 철수시키겠다는 약속을 했다.
중·소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은 지난달 「고르바초프」서기장이 시베리아 크라스노야르스크 연설에서 양국정상회담 개최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더욱 커졌다.
또 「고르바초프」는 이 연설에서 만약 미국이 필리핀 내 미 군사기지에서 철수하는 데 동의한다면 베트남 캄란만의 소련군 기지를 포기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바 있다.
「고르바초프」의 이 같은 제의가 받아들여진다면 중국의 앞마당이라고 할 수 있는 동남아지역에서 미·소의 강력한 군사기지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렇게 될 경우 중국은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서방측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고르바초프」의 이 같은 제의는 또 소련의 베트남에 대한 은연중에 압력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만약 베트남이 중·소간 외교쟁점의 하나인 캄푸치아 주둔군 철수를 거부한다면 소련은 베트남의 의사와 상관없이 캄란만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위협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중국으로선 이번 중·소 정상회담 발표가 캄푸치아 문제 해결과 중·소 관계 정상화를 위한 소련 측으로부터의 더욱 확실한 보증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이와 함께 중소관계의 정상화는 그 동안 양국이 군사적으로 긴장상태를 유지해온 7천5백km의 국경지대에 앞으로 평화가 보장되는 것을 의미하며 중국정부는 여기서 덜어낸 부담을 현재 추진중인 경제개혁에 집중시킬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앞으로 미국에 경제원조 및 기술이전증대를 더욱 요구하고 나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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