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광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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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80년 민주화의 씨를 뿌린 「빛고을」도 성화맞이 준비를 모두 끝내고 성화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광주시 평동 무내미 마을에서 문화동 파출소까지 24개 봉송구간 27·4㎞주변은 꽃길로 장식됐으며 성화가 안치될 광주역 등에는 꽃탑·아치·애드벌룬·오륜기가 펄럭이는 꽃물결을 이루고 있다.
「예향」 광주의 성화 맞이 정성은 남도의 혼이 살아 숨쉬는 고싸움 등 민속놀이에서 절정을 이룰 예정.
1일 오후 6시25분 목포에서 달려온 성화가 광주시 입구에 들어서면 전국에서 으뜸간다는 광주농고 농악대가 제일 먼저 맞이한다.
이어 농촌진흥원 앞에서는 농성국교 농악대, 아세아극장 부근에서는 광주농고생들이 흥겨운 농악을 펼쳐 시민과 한데 어우러지는 놀이한마당을 연출한다.
예행연습 때마다 친구들과 아세아극장 앞에 나가 함께 춤을 추었다는 김홍례씨(64)는 『처음에는 성화봉송이 별것 아니라는 생각을 가졌으나 농악에 몇 번 참가하고 나니 하루빨리 성화를 보고싶다』 고 말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성화가 안치되는 광주역 주변에서 펼쳐지는 「광산 고싸움」 .
광산고싸움보존회 회원 3백여명이 펼치는 고싸움은 지난 69년 전국민속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한국의 대표적인 민속놀이의 하나이기도 하다.
서군과 동군으로 갈려 한판승부를 겨루는 동군고 위에는 광주역까지의 성화봉 최종주자인 정현규씨(60·광주체육회 상임부회장)가 성화봉을 들고 흥을 돋우는 가운데 광주역까지 행진한다.
동군고 줄패장 이인식씨(53)는 『전국민속대회에서 최고상을 받아 큰 영예로 생각했는데 또다시 올림픽 성화봉송축제에 참가하게돼 너무도 기쁜 나머지 밤잠까지 설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여상학생 30여명도 청사초롱을 들고 광주역에서 성화를 맞이하며 동시에 연두색치마와 하얀 저고리를 임은 이 학교 학생 3백여명이 강강술래 놀이마당을 펼쳐 흥이 최고조에 달하게 된다.
특히 광주역 주변은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2시간동안 교통이 통제돼 5만여명의 시민들이 마음 놓고 축제행사를 즐길 수 있게 한다.
전남여상 지도교사 정석자씨(29·여)는 『지난 7월1일부터 고된 연습을 해와 짜증스럽기도 했으나 역사의 한 페이지에 한 점의 기록을 남긴다는 생각에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지도해왔다』며 『강강술래의 노래 말도 직접 육성으로 녹음했다』 고 말했다.
이밖에 무등경기장에서는 성화가 안치되는 순간 3백발의 폭죽이 터져 오색불꽃이 밤 하늘을 수놓는다.
광주역에서 하룻밤을 지낸 성화는 9월2일 다시 성화봉에 점화되고 이 시간을 전후해 마지막 민속놀이인 광주농고생의 농악이 펼쳐진다.
성화최종주자인 정현규씨는 『성화봉송을 통해 광주시민이 굳게 하나가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운동권학생들도 성화봉송기간 중 시위를 자제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경찰·학생·시민이 모두 한마음으로 성화봉송을 손꼽고 있다.
시민 김호진씨(42)는 『성화봉송로 주변을 정리하면서 겉치레에만 신경을 쏜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으나 막상 모든 준비를 끝내고 나니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어두운 이미지를 씻고 국제적인 지위가 향상됐으면 하는 바람뿐』 이라고 했다. <광주=위성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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