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기일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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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홍근 테러사건에 대한 국방부의 수사결과 발표를 보고 두 가지 느낌을 받게된다. 하나는 사건이 장군들의 지시에 의해 일어나고 나중에는 은폐했다는데서오는 개탄이다. 다른 하나는 과거의 경우처럼 영구미제로 끝 날줄 알았던 이번 사건이 국방당국에 의해 명쾌히 밝혀져 공개했다는 사실이다.
장군이란 무엇인가. 남자들이 어릴 적부터 되고싶어하는 꿈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만큼 명예롭고 중요한 지위다. 국민은 나라의 방위를 온통 그들에게 맡기고 있다. 그들을 위해 막대한 댓 가도 지불하고 있다. 그런 장군들이 언론테러에 관여됐다는 것은 군의 명예를 위해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국방당국의 철저한 사후처리는 그런 개탄에 큰 위안을 준다. 비록 당초에는 많은 의혹 속에서 수사가 지연되긴 했으나 결국은 2O여일 만에 전모가 해명됐다. 군은 국민을 끝까지 실망시키지는 않았다. 어떻게 보면 안개 속에 묻혀 있는 것만 같은 민주화 전망에도 새로운 희망을 주었다.
그러나 문제가 완결된 것은 아니다. 사건의 윤곽은 드러났지만 세부적인 부분은 앞으로 재판과정에서 규명되어야할 것이다. 처음부터 증거가 명백했음에도 수사가 지연된 배경과 사건변조 과정은 이와 같은 불행한 사건이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는 점에서도 유야 무야 되어서는 안 된다.
지휘책임 문제는 군의 통수질서확립과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더없이 중요한 일이다. 혹시라도 군이 사회현상들에 대해 불만을 갖고있다면 그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소되어야 한다.
이번 사건은 군으로서나 국가로서나 떳떳치 못한 사건이다. 군의 명예와 사기와 권위에 커다란 흠을 남겼다. 그 때문에 모든 국민이 군과 아픔을 함께 해왔다.
이 아픔은 군의 체질이 개선되고 군이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가 될 때 더욱 값진 교훈이 될 것이다. 오홍근 사건이 군의 심기 일 전, 발전의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에 유의해야 한다.
첫째, 군은 국민과 함께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나가야 한다. 민주화는 지금 시대의 대세다. 이것은 대통령으로부터 개개 국민에 이르기까지 합의하여 추진해 나가고 있는 국가 목표다. 이에 따른 아픔과 혼란을 온 사회가 겪고있다. 거기에 순응하는 것이 참된 충성이요, 애국이다.
둘째는, 명령과 복종의 윤리확립이다. 군은 상명하복을 생명으로 하는 가장 응집력강한 조직이다. 그러나 그 명령은 정당하고 합법적이어야 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법과 정의에 어긋나는 명령으로 많은 부하들이 희생되고 군의 명예에도 손상을 입혔다.
세째는, 군도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민주군대로 변신하는 일이다. 6. 29이후 군 지도부는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추진해 왔다. 민주군대는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스스로 실천해 나가는 군대다. 밖에서부터 오는 비판을 정중히 수용 자세가 없으면 민주군대가 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바로 밖의 비판을 힘으로 거부하려는 데서 온 모순에서 생겨났다.
군과 같이 조직성이 강한 사회일수록 부분이 전체를 대표하는 것으로 인식되게 마련이다. 장병 각개가 군의 대표자라는 인식으로「국민의 군대」로서의 명예와 신뢰를 되찾아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단계다. 군이 지난날의 악몽을 씻고 명예와 사기와 권위가 조속히 회복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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