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당 독재」국민이 포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버마 정부가 다당제실시여부를 국민투표결과에 의해 결정할 것이라는 의사를 처음으로 밝힘으로써 지난 26년간의 1당 독재를 종식시키는 계기가 마련됐다.
「마웅·마웅」대통령 겸 당의장은 다당제 채택을 위한 선거실시가 국회에서 승인되면 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감안, 공정한 투표결과를 위한 범국민적 공정선거감시 단을 구성하겠다는 제안도 곁들이고 있다.
이 같은 조처에 대해 일부국민들은 현 지도부가국민들의 극한 시위로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끈 후 대책을 모색하기 위한 계책이라며 계속적인 시위를 촉구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서방관측 통들은 지난달 23일「네윈」당의장이 사임하면서 취해 온 갖가지 회유책이 더 이상 사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판단, 내놓은 마지막 카드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직「네윈」이 막후조종하고 있는 미얀마 정부는 처음 초 강경파인「세인·르윈」을 내세워 무자비한 시위탄압으로「채찍정책」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민간인출신「마웅」현 대통령을 내세워 구속자 석방·긴급규제조치 해제·사기업설립 및 외자도입허용조처·국민여론조사위원회설치를 연일 발표하면서 국민회유에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국민시위가 사상 최대규모로 확대되자 급기야 23일에는 계엄령과 통행금지령을 해제한 후 진압군들을 철수시키면서 마지막 카드를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마웅」대통령은 이번 결정이「네윈」과의 상의를 거친 것임을 밝혔는데「네윈」은 지난달 사임하면서 다당제 안을 내놓았다가 당내강경파들의 반대에 부닥쳤다고 발표했었다.
앞으로의 일정에서 특혜를 누려 왔던 강경파들이 어떠한 배수진을 칠 것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미얀마 지도층으로서는 국민의 뜻에 굴복하는 길만 있을 뿐 대안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특히 최근 시위에서는 학자·언론인등 지식인과 관공서 및 국영기업체공무원까지 시위에 가담하고 있는 데다 소수민족그룹들이 시위주동세력에 무기를 공급하겠다는 제의까지 해서 버마 정부는 실질적으로 포위된 입장이었다.
국민투표 후의 개헌, 총선거실시가 계획대로 이루어질 때 최근 영국망명에서 돌아와 국민들의 흠모를 받고 있는「아웅·산·수·키」가 앞으로 필리핀 민중항쟁을 승리로 이끈「아키노」대통령의 역할을 답습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는 미얀마 독립의 아버지로 추앙 받다가 암살 당한「아웅·산」의 딸로 충분히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밖에도 최근 국민들의 의사를「네윈」에게 공개서한으로 대변했다 구속된「아웅·지」 및 다당제의 정부를 운영하다「네윈」의 쿠데타로 62년 정권을 빼앗긴「우·누」전 수상도 국민들이 생각하는 지도자로 비쳐지고 있다. <고혜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