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시중은 대출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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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올 들어 7월말까지 11조3천7백억 원어치의 통안증권을 발행, 통화증발을 막겠다고 나선 한은이 스스로 시중은행에 대한 대출을 확대, 통화관리상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19일 한은에 따르면 최근 3∼4개월간 한국은행의 시중은행 등에 대한 대출금은 한 달에 평균 2천억 원씩 늘어 올 들어 7개월간 증가한 대출금은 1조7백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써 7월 말 현재 한국은행대출금잔액은 11조8천5백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작년 한해동안 증가한 한은 대출금이 6천3백억 원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올 7월까지 1조원이 넘는 증가폭은 당국의 통화관리자세에 커다란 허점을 드러낸 것으로 지적되고있다.
한국은행대출금이 이처럼 급증하고 있는 것은 대출금제도 자체가 중소기업지원자금 등 정책금융목적으로만 경직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제도자체가 일반은행들의 상업어음할인실적이나 중소기업대출실적에 비례해서 무조건 한은 대출금이 나가게 돼 있는 맹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으로는 일반은행의 중소기업 어음할인에 대해서는, 60 %, 대기업어음할인은 30%까지 한국은행에서 대출해주며 기타 중소기업 지원자금에 대해서도 한국은행이 10∼60%까지 해당은행에 대출을 해주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 같은 제도아래서 재할인이자(연7%)가 통안증권발행이자(13%)나 통안계정 이자 (8%) 보다 크게 낮아 한은의 수지도 날로 악화시키고 있는 형편이다.
한국은행관계자는 『대출비율 및 재할인이자 등에 관한 이러한 규정이 형식적으로는 한은 총재에게 위임돼 있긴 하나 실제로는 정부가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고 밝히고 『그러나 통화가 늘어 물가가 불안한 현실을 감안하면 한은 대출금제도는 전면적 개선이 시급한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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