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예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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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존슨」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그의 경호원들은 이상한 주문을 했다. 국회의사당에서 연설을 하는 날인데 화장실에 간편한 소파하나 놓아줄 수 없겠느냐는 것이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존슨」은 그 화장실에 들어가10분쯤 꿈쩍하지 않았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존슨」은 그 시간에 잠을 자고 있었다. 미국 대통령쯤 되면 어딜 가나 스케줄의 노예가 될 법도 하다. 틈틈이 자는 것은 그 나름의 건강비결이었던가 보다.
영국의「처칠」수상은 외국을 방문할 때면 잠옷은 잊어버려도 침대만은 비행기에 싣고 다녔다. 자신의 침대에서 효과적으로 낮잠을 자기 위해서였다. 90세가 넘도록 건강을 과시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낮잠 덕이었던 것 같다.
그처럼 유명인사가 아니라도 낮잠을 권하는 얘기가 요즘 헤럴드 트리뷴지(11일자)의『경영자』칼럼에 소개되었다.
미국에서도 직장에서 꾸벅꾸벅 조는 것은 기업문화에 반하고 청교도적 직업윤리에도 어긋나는가보다. 사실 직장에서의 낮잠은 자기 사무실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문을 닫아 잠그고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그러나 칼럼을 쓴「S·뷰캐넌」은 최근 스웨덴, 프랑스, 미국의 학자들이 연구한 것을 근거로『낮잠은 업무수행 능률을 증가시켜준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수면연구소로 알려져 있는 펜실베이니아 대 의과대학 수면연구소 부소장「D·딩게스」박사는 『낮잠이 모자라는 것으로 인해 치르는 대가는 엄청나다』고 말한다. 일의 능률이 떨어지는 것은 말할 것 없고 일을 그르치거나 때로는 분쟁까지도 일으킨다. 직장에선 그런 경우 기술 미숙이나 도덕적인 결함, 약물중독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는데 실제로는 수면부족에서 오는 피로가 주범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핵 사고들은 대부분 밤에 일어났다. 바로 수면부족이 주원인이었다. 드리마일 섬의 핵발전소 사고도 그랬다.
낮잠의 적당한 시간이 불과 5분인 것은 좀 뜻밖이다. 길어야 20분이라고 전문가는 말한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한 전문가는 56시간 꼬박 눈을 뜨고 일을 한 사람도 불과 2시간만 자도 알맞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넥타이 풀어놓고 늘어지게 자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처럼 한증막 더위가 계속될 때는 직장에서 낮잠 자는 사람을 눈흘겨보지 않는 것이 오히려 직업윤리에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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