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 비리 조사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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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회 5공 비리 조사특위가 1박 2일간 전두환 전 대통령 등 전씨 일가의「비리의혹지대」를 추적, 조사한 결과는 야 3당의 주장대로 증빙자료가 포착된 측면도 있고 민정당이 강조하는 과장된 소문임을 수긍케 하는 부분도 있었다.
가령 전남도지사 공관내 2층 대통령 전용실엔 두드러진 고가품이 없었다는 점과 합천의 전 전 대통령 부모 묘역 중 봉분만을 떼 놓고 보면 민정당쪽의 지적대로 많은 부분이 과장된 소문이었다는 점이 확인됐다.
그러나 다른 측면으로 보면 과잉시설물도 없지 않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고 그것은 5공화국을 풍미했던 권위주의와 거기에 기생했던 충성경쟁의 적나라한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내 주었다.
「국가백년대계를 위해 만난을 무릅쓰고 지었다」는 건평이 4백평이나 되는 전남도지사 공관은 대통령 전용숙소가 50평에 불과하다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1층 한쪽을 쓰는 도지사가 「공관의 청지기」에 불과했다는 구설수를 면키 어렵게 해주고 있었다.
합천의 묘역이「왕릉」이라고 한 소문은 과장이었다. 그러나 주변 단장과 도로공사에 각종 지원이 뒤따른 것이 확인되었다.
대전의 군 휴양시설에 있는 온천별장인 비룡대는 84년 12월에 준공됐는데 시기적으로 이미 가까운 청남대(청원)에 별장이 들어선 뒤였다는 점에서 볼 때 도마다「대통령 유치경쟁」「청와대 별장건립경쟁」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비룡대 주변이 개발제한에 묶인 연유도 궁금하다.
청남대는 민정당쪽에서 『공개해 봤자 크게 문제될게 없다』고 자신하고 있으나 끝내 「작전구역」이라고 공개가 거절됐다.
야당 측은「국회의결」을 내세워 조사를 강행한다고 했지만 그 속내엔 정치공세를 펼쳐보자는 생각이 감춰져 있는 듯 하고 청와대 측에선「사전협의 불충분」을 내세우지만『어디라고 감히…』하는 생각이 없었는지 모르겠다.
『지시가 없었다』고 출입을 막는 기관단총을 든 경비군인과 『청남대 철거하라』고 시위를 벌인 주민들 사이에 한동안 발이 묶인 국회조사단 버스 속에서 왠지 씁쓸한 기분이 가셔지지 않았다.
박보균<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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