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극 『나폴레옹 꼬냑』선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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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부패한 부권사회에서 여성은 얼마나 오염됐는가. 후천개벽으로 모권도 당당히 대접받아 남녀가 서로 어울려 살 수 있는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여성 자신들의 냉철한 자기반성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연극이 공연되고 있어 여성계의 화제가 되고있다.
지난 5일부터 소극장공간사랑에서 공연중인 극단 공간사랑(대표 강준혁)의『나폴레옹 꼬냑』은 첫날 2회 공연에만 4백명의 관객이 몰려드는 대성황을 이뤘다.
김지하-김주수 콤비가 손을 잡고『금관의 예수』에 이어 두 번 째로 무대에 올린 이 작품은 이른바「오적」의 아내들의 이야기. 73년 이화여대와 서강대에서 공연을 계획했었으나 당국의 제재로 막이 오르지 못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무대는 대학동창인 30대 여성 5명의 친목계 모임. 모회사 사장부인인 오만평(김은영분)·공무원부인인 시엄마(이현순분)·육군장교부인인 통뼈(이경옥분)는 고관부인인 마마(맹영미분)네 집에 모여 방송국 프로듀서부인인 선녀(김성학분)를 기다리고있다.
통뼈와 시엄마는 상대방남편의 외도를 비방하기도하고 엉터리지식을 뽐내면서 서로 헐뜯기에 여념이 없다. 오만평은 마마네 집의 호화로운 가구와 실내장식에 마음을 뺏긴다.
이윽고 마마가 등장, 네 여인은 선녀남편의 바람피운 일을 화제에 올리면서 눈치를 보아가며 부정 청탁해 놓은 일의 처리를 위해 마마의 비위를 맞추느라 급급하다.
잠시 후 선녀가 등장, 남편이 집으로 돌아왔음을 알리면서 신문 한 장을 전해준다.
마마남편이 강변숙치정살인사건에 관련됐음을 아는 순간 축처진 카이제르수염의 남편이 집으로 돌아온다. 흐느끼는 마마를 선녀만이 위로할 뿐, 오만평·통뼈·시엄마는 언제 부탁을 했었느냐는 듯 조롱하며 떠난다는 내용이다.
제작비 1천만원이 든 이 작품은 1시간30분간 공연되는데, 독재자로 일컬어지는 역대 대통령의 얼굴 특징을 모자이크해서 만든 대형초상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풍자적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조종원씨는『권력층의 비리와 허구성·사회의 부정부패를 강력히 풍자하는 한판의 굿판』이라고 설명하고 『부권사회로 오염된 여성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여성들에게 새로운 다짐과 각오를 하도록 하자는 의도』라고 말했다.
이 공연은 9월11일까지 계속되는데 극단측은 휴관일(매주월요일)인 15일·22일에도 공연, 이 날 입장수익금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범민족대회추진본부」에 기부할 예정이 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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