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선 궁중제례 종묘악의 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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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해방 이후로는 처음으로 조선시대의 종묘제례처럼 한밤중에 횃불을 밝힌 채 제사 지내고 종묘제례악 전곡을 연주하는 『종묘악의 밤』이 9월 18일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서울종묘정전에서 열린다.
국립국악원 연주단·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대악회 등 3백여명 외에도 전주 이씨 대동종약원의 제관들을 포함하면 약4백명이 출연하는 본격적인 종묘제례행사다.
댓돌위의 등가와 댓돌아래의 헌가에 진설된 편종·편경·유·방향·장구·아쟁·당피리·대금 등의 악기를 연주하는 인원만 해도 종래의 30여명보다 두곱이 넘는 30명에 이른다.
대형 멀티비전을 설치하여 제실 안에서 벌어지는 제례장면을 밖에서도 잘 볼 수 있도록 할 예정.
제례가 진행되는 동안 종묘제례악 중 문덕을 기리는 『보태평』과 무공을 기리는 『정대업』을 연주하는데 맞춰 일무를 맡은 국악고교생들은 문무와 무무를 번갈아 추게된다.
이 행사의 총지휘는 국립국악원 이승렬 원장, 지도는 종묘제례악 인간문화자 성경린·김천흥씨, 집사재 김성진씨, 집박은 국립국악원 연주단의 최충웅 악장, 집례는 중요무형문화재 제56호로 지정된 종묘제례 기능보유자 이은표씨 등이 각각 맡는다.
집사들이 음복한 뒤 촛불을 끄고 내려와서 네번 절하는 송신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흥안지악』이 연주되면서 장엄한 종묘제례는 막을 내린다.
종묘제례악이란 조선시대 종묘에서 왕가의 조상들에게 제사지낼 때 연주하던 음악으로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
세종때 작곡된 것을 세조가 종묘의 제례악으로 채택한 이래 5백여년 동안 전승되온 전통궁중음악의 진수로 그 역사적·예술적 가치가 높이 평가되고 있다.
매우 다채롭고 화려하게 편성된 종묘제례악의 악기들과 함께 현대 한국인들에게도 신기하고 복잡 미묘하게 느껴지는 제례절차는 때마침 서울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전 세계인들의 가슴에 전통 깊은 한국의 이미지를 새겨 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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