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이 풀린 돈 고삐 잡는 고육책-통안증권 발행확대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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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통화당국이 통안증권의 발행한도를 총통화의 35%에서 50%로 올린 것은 늘어나는 통화를 거두어들이기 위한 흡입강구의 확대를 의미한다.
통화증발로 인한 인플레조짐이 점차 뚜렷해지는 판국에 돈을 묶기는 해야겠는데 뚜렷한 묘책이 없어 급한 대로 내린 처방이 이번 조치다.
통화당국도 무작정 통안증권을 발행해 돈을 묶어두는 것이 능사가 아니란 것을 모를리 없다.
그러나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통화를 잡아맬 일이 더 급했다는 얘기다.
올해 총통화증가율을18%에서 묶어 보겠다는 당국의 의지는 번번이 수포로 돌아갔고 2·4분기 중 억지로라도 18%선에 꿰어 맞춰봤던 총통화증가률은 7월중 다시 19%로 높아졌다.
정도 이상 풀린 돈은 결국은 물가오름세로 이어지게 마련이고 벌써부터 식료품 등 생필품가격과 특히 부동산값의 오름세는 심상치 않은 단계에 와있다.
돈이 많이 풀리는 것은 무엇보다도 상반기 중 60억 달러를 넘어서는 등 경상수지 흑자로 인해 해외부문에서 엄청난 통화증발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에도 이감은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고 추곡수매와 농어촌· 영세민지원으로 돈 풀 일이 쌓여 있다.
이같은 통화증가를 그대로 놔두었다가는 지난 몇년간에 걸쳐 애써 이룩한 안정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질 위험을 안고있다.
이 때문에 일단 통안증권발행을 늘려서라도 묶어보겠다는게 통화당국의 생각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통안증권의 발행확대는 또 다른 부작용을 갖고있다는데 있다.
7월말 현저 통안증권의 발행잔고는 14조6천억원으로 기발행분의 이자만 해도 년 1조5천억원을 웃돌아 이 이자가 또 다른 통화증발의 요인이 되고있다.
또 통안증권을 떠 안아야하는 제2금융권의 부담도 커지고 기업의 회사채발행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부작용을 번연히 알면서도 통안증권의 발행확대에만 의존해야하는데 통화당국의 고민이 있다.
통화문제에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통안증권발행확대 등은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박봉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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