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실질소득 제자리걸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작년 가을이후 각 기업체의 노동쟁의로 근로자들의 임금은 대폭 올랐으나 물가 역시 크게 뛰어 실질소득은 별반 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말하자면 빠른 물가상승 때문에 근로자들은 모처럼 임금이 올랐어도 오른 폭만큼 실제 돈을 손에 쥐지 못하는 것이다. 또 고용증가율도 작년에 비해 둔화되고 있다.
4일 노동부가 펴낸「매월 노동통계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전 산업 월 평균 정액급여는 29만4천6백30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에 비해 11.9%상승률을 보여 작년 같은 분기상승률 (5.6%)을 크게 웃돌았다. 그러나 물가상승을 감안한 실질임금은 지난해 같은 분기상승률(4.7%)에도 못 미치는 4.1%상승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높은 명목 임금상승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분기상승률 0.8%에서 올해 1·4분기는 7.5%로 껑충 뛰어 물가가 오른 만큼 실질소득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물가상승은 임금인상에 따른 원가부담증가도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만큼 물가상승으로 인한 실질임금 감소는 명목임금인상 압력을 가중시켜 임금과 물가상승의 악순환을 초래할 우려를 낳고 있다.
한편 고용동향을 보면 올해 1·4분기 전 산업 월 평균 노동자수(10인 이상 사업체)는 3백38만4천3백53명으로 지난 같은 분기(3백29만4천6백1명)에 비해 2.7%증가율을 보여 지난해 같은 분기의 5.1%보다는 증가세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증가세둔화현상은 관리·실무 및 기술노동자(3.6%→3.6%)보다 생산노동자 (6.6%→2.1%)쪽에서 더 두드러져 각 기업체들이 노사분규여파로 공장자동화를 추진하는 등 임금상승 부담을 덜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밖에 올해 1·4분기 중 전 산업의 월 평균 임금총액(정액급여에 연장근무수당, 보너스 포함)은 42만3천6백96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6%가 올랐으나 직능별로는 생산직 근로자가 18.4%로 관리·사무·기술근로자 쪽(8.8%)보다 인상률이 높아 사무직과 생산직의 임금격차가 점차 해소되는 현상을 보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