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언 냇물 건너듯 법관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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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겨울철 언 냇물 건너듯이 38년동안 법관생활을 해왔다.』
김용철대법원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퇴진을 밝힌 17일 대법원주변은 시종 침통한 분위기속에 착잡한 반응들로 술렁이는 모습이었다
○…김원장의 퇴임 발표가 예정된 17일오전 대법원·법원행정처 직원들은 출근 직후부터 일손을 놓은채 삼삼오오 모여앉아 후임 대법원장을 점치는등 어수선한 분위기.
법관들도 재판을 진행하는 판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모여 신문등을 펴놓고 서명법관 전국 확산과 사법부의 장래등을 얘기하는 모습들.
○…17일오전9시10분 감색 싱글차림에 승용차편으로 등청한 김원장은 얼굴이 굳어진 표정인채 집무실로 직행. 김원장은 그러나 출근 모습을 취재하던 사진기자들과 마주치자 20여초동안 어색한 웃음을 띠어가며 포즈를 취해주기도했다.
김원장은 9시20분쯤 대법원 판사 전원을 집무실로 불러 사퇴의사를 밝힌뒤 『동요하지 말고 사법부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달라』는 간단한 당부의 말을 하고는 기자회견장으로 향했다.
○…김원장은 준비된 원고없이 15분동안 퇴임의 변을 이야기하며 「부덕의 소치」「떠나는 사람이 무슨말을 하겠느냐」는 말을5∼6차례나 반복.
당초 법원 간부들의 도움으로 회견문을 만들어 기자회견을 할것으로 알려졌으나 김원장 본인이 『자세한 말은 퇴임식장에서 하겠다』며 회견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후문.
○…김원장은 자신의 사퇴의사를 밝히고는『이번 사태는 전적으로 내 책임이고 나 혼자 물러나면 해결될 문제』라고 말하며 자신에게 제출한 법원행정처장·차장·서울고등법원장·서울형사법원장·서울민사 수석부장의 사표는 반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원장이 이같은 사표 반려 의사를 밝히자 배석했던 50여명의 간부법관들은 침통한 표정을 지었으며 일부 법관은 눈물을 흘리기도.
○…김원장은 기자회견후 집무실로 옮겨 각급 법원장과 간부법관들의 인사를받은뒤 공관으로 퇴청. 김원장의 사표는 이미 작성됐으며 절차를 밟아 대통령에게 전달, 수리가 되면 곧 퇴임식을 가질 예정.
○…15일부터 시작된 법관서명사태충격으로 건강이 악화돼 16일엔 출근도 하지못했던 김원장은 눈이 충혈될 정도로 피곤한 모습.
15분동안 기자회견을 끝내고 자리를 일어서자 배석했던 50여명의 판사들은 박수로 격러했으며 김원장은 이때 처음으로 활짝 웃음을 지었다.
○…검찰 관계자들은 법원의 사태에 대하여 일체언급을 하지 말라는 상부의 지시 때문인지 공식 코멘트없이 검찰 직원들을 기자실등으로 보내 사태 진전과 감을 잡느라 분주.
○…서울형사지법 단독·배석판사들은 17일오전 모임을 갖고 『6월15일 성명의 취지에 공감하고 있으나 우리의 의사표시를 유보해왔을뿐』이라며 서명판사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표명.
이들 판사들은 『대법원장이 성명발표당일 사퇴의사를 표명한바 있고 대법원이 정치협상의 대상이 될수없다는 성명의 기본취지가 명백히 밝혀졌기때문에 자중해왔던것』이라며 서명을 하지않은 배경을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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