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지역 자보가입 차등 대우|사고 많다고 보험사 계약도 꺼려|도로사정 나빠…"손해율 높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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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근 손해보험요율산정회가 지역별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호남지역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87년4∼12월중 호남지역의 손해율은 전북이 1백35.4%, 전남(광주포함)이 1백12.7%로 전국평균 91.4%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반면 대구를 포함한 경북(85.7%)이나 경남(92.2%)등 영남지역은 비교적 낮게 나타나고 있다. 도별로 볼때 제주(71%)가 가장 낮고, 충남(1백9.6%)과 경기(인천포함, 1백8.7%) 도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또 중소도시보다는 대도시 지역이 비교적 낮다.
손해율이 특히 높은 호남지역에 대해 자동차보험회사들은 종합보험인수를 엄격히 제한하는 등 「특별관리」를 하고 있다. 반면 비교적 손해율이 낮은 영남지역에서는 좋은 조건을 내걸며 치열한 인수경쟁을 벌이고 있다.
예를 들어 H사의 경우 호남지역의 개인택시·자가용덤프트럭·개인용달차·렌터카·자가용 레미컨 트럭등과 손해율이 불량한 20개 운수업체의 종합보험가입을 금지한다는 내부지침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모자라 H사 광주지점은 운전자가 31세미만으로 운전경력 3년 미만인 경우, 6개월간 2회이상 사고를 낸 자가용, 소유자 직업이 불확실한 디젤승용차 등에 대해서도 종합보험가입을 금지시키고 있다.
보험업계는 호남지역에서의 손해율이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높은 이유로 우선 도로사정을 들고 있다.
호남지역의 도로 포장률은 전북이 51.3%, 전남(광주포함)이 47.9%로 전국평균 57.2%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특히 전남의 경우 강원(42%)을 제외하고는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시야가 트인 평야가 많아 운전시 주의를 게을리 하기 쉽다는 지리적 특성도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호남지역에서의 손해율이 높은 근본적인 이유는 경제력의 취약성이라는 것이 보험업계의 분석이다.
경제력이 취약하다보니 자동차 보유비율이 타지역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차량운행빈도는 타지역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 운행빈도가 높으면 그만큼 사고의 가능성도 커지게 마련이라는 설명이다.
치안본부 통계에 따르면 호남지역의 인구1천명당 자동차 보유대수는 전북이 21.7대, 전남(광주포함)이 22.9대로 전국평균 38.8대에 훨씬 못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대구를 포함한 경북(34.9대)이나 경남(29.1대)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고 있다.
영남위주의 공업발전 결과 호남지역에는 번듯한 대기업이 별로 없다는 점도 경제력과 관련, 호남지역에서의 높은 손해율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여러 가지 요인으로 호남지역에서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높을 수밖에 없고, 보험회사는 이를 이유로 호남지역에 대해 영업정책상 차등을 두고 있다. 보험회사의 어려운 입장도 이해하지만 단지 손해율이 높은 지역에 살고있다는 이유 때문에 무사고의 선량한 보험가입자까지도 차별대우를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배명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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