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서 두야당 밀고 당기는 형국|선거법 협상 어떻게 돼가고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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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회의원 선거법 협상에 임하는 민정·민주· 평민· 공화당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면 각 당의 이해와 처지가 뚜렷이 드러난다.
민정당 대표들은 벙긋벙긋 웃는 여유를 보이고 있고, 평민당 대표들은 다소 과장된 표정으로 뒷짐을 지는 자세며 민주·공화 양당대표들은 핏기가 사라진 얼굴색이 역력하다.
이 같은 표정관리에서도 드러나 듯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민정당은 상반된 입장의 민주·평민양당을 「데리고 노는」 형국이다.
야당이 이처럼 「수모」를 참으면서 민정당의 의중탐색에 골몰하며 일희일비하는 것은 선거법협상의 귀결이 어떻게 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정국판세는 물론 의원 개개인의 정치생명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협상의 열쇠는 민정당이 쥐고 있다.
양당제와 다당제 중 어느 폭을 지향하느냐, 민주·평민당 중 어느 쪽을 야당대표로 택하느냐, 여야 현역의원들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고 정계질서 개편과 세대교체를 밀고 가느냐, 아니면 담합형태로 공존을 선택하느냐가 모두 민정당의 의중에 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의 협상추이를 살펴보면 민정당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명확한 의중을 밝히지 않은 채 민주· 평민당쪽에 각기 상치되는 2중적 자세를 보여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다.
민정당이 자기 안을 관철시키기 위한 계책상 그런지는 모르지만 민주당 측에 대해서는 1구1∼3인제의 골간을 헤치지 않는 범위에서 타협 가능한 수정안을 제시하라고 으르고 있고, 평민당측에 대해서는 양당안중 1구1인선거구가 76%나 합치되므로 나머지 24%의 선거구에 대해 조금만 양보하면 타협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꼬드기고 있다.
그러나 민정당의 제안대로 민주·평민당측이 다소 양보한다 해도 여전히 3당안이 타협접점을 찾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민주당안은 1구1∼3인을 받더라도 1인,3인구는 극소화하고 90%이상을 현행의 1구2인제로 하자는 것이고, 평민당은 민주당을 누르고 제1야당이 되기 위해서는 골간을 1인구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민주·평민당은 다같이 소선거구제를 당론으로 하다가 대통령선거 이후 제1야당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는 절박한 사정 때문에 김영삼총재의 방향선회로 입장이 달라졌다.
김영삼씨는 소속의원들의 압력에 굴복했고 김대중씨는 소속의원들의 속앓이를 외면한 채 소선거구제를 고수하고 있다.
한마디로 두김씨는 제1야당의 고지를 점하기 위해 철저히 현실에 타협하는 협상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민정당의 협상방안이 민주· 평민당을 동시에 만족시킨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어렵게 되어 있다.
게다가 민정당의 1구1∼3인제안은 「독식의 논리」 라는 세론앞에 상당히 무력해져 버렸다.
민주당 측은 민정당의 소선거구제로 선회하는 듯한 움직임을 여권내부의 갈등 표출이자 대야 협박및 교란용이지 차기집권세력의 진의는 아닐 거라고 믿고 싶어하는 것 같다.
사실 소선거구와 1구1∼3인제가 여권 신구세력간의 미묘한 갈등상을 반영하는 측면이 그동안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태우당선자 주변에서 소선거구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는데 반해 일부 도시출신 의원과 청와대에 가까운 의원들은 1구1∼3인제의 범행, 또는 현행제도의 보완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정당의 최종 방침이 무엇이냐는 데 대해 야당측은 물론 여당의원들 조차 갈피를 못잡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같은 배경에서 민 정당은 민주· 평민당 양측에 2중적 협상자세를 보이면서 1구1∼3인제 당론 관철과 소선거구제안 선회가능성을 동시에 시사하는 양동전술을 계속 펴고 있어 더욱 협상 진전을 어렵게 하고 있다.
특히 민정당이 이번 임시국회 회기내 관철 방침을 천명, 시간이 촉박하다면서도 협상을 다잡지도 않는 어쩡정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민정당의 속셈을 두 갈래로 추측케 하고 있다.
첫째는 민정당이 안정 다수의석 확보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1구1∼3인제를 수정해 통과시키기 위한 계책으로 보는 시각이다.
즉 여론은 순수 소선거구제 쪽이나 현재의 정치여건상 야당과 공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현실론에서 타협점을 찾을 것이란 분석이다.
야당과의 협상을 통해 1구1∼3인제에 대한 「독식의 논리」 라는 비판이 엷어지면 다소 부담이 가더라도 당안을 상당폭 수정해서 처리할 수도 있다는 것이며 그럴 경우 야당측은 겉으로 반대하는 체 하다가 따라오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또 다른 관측은 어느 쪽도 만족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양동전술을 쓰는 것은 야권통합 움직임을 한층 미궁에 빠뜨려 두김씨 사이를 더욱 벌어지게 하고 야당의 2중성을 부각, 소선거구제를 일방 통과시켜 역풍을 줄이려는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이는 명분에도 합치하고 안정다수 의석 확보가 현시점에서 상대적으로 쉬울 뿐만 아니라 여권으로 봐서 눈에 가시같은 두김씨를 정계에서 퇴진시킬 수 있는 절호의 방안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방책은 또 1구1∼3인제를 수정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선거구 확정의 현격한 게리맨더링 현상과 그에 따른 비판적 여론도 다같이 극복할 수 있는, 그야말로「꿩먹고 알먹는 격」인 셈이다.
이렇게 볼 때 칼자루를 쥐고 있는 민정당은 1구1∼3인제 당론관철을 계속 야당과 절충해보되 여의치 않으면 6·29선언에도 합치하고 실리와 명분도 아울러 챙길 수 있는 소선거구제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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